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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겐프레싱 (클롭 전술, 역압박, 리버풀)

by dlehgus12 2026. 4. 30.

위르겐클롭의 게겐프레싱 전술
위르겐클롭

 

리버풀이 30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정상을 탈환한 2019/20 시즌, 그 뒤에는 단 하나의 전술 철학이 있었습니다. 바로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입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클롭이라는 감독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리버풀이 해마다 강해지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전술이 궁금해졌습니다.

 

게겐프레싱이란 무엇인가, 그 뿌리는 어디인가

 

혹시 축구를 보다가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지요. "왜 저 팀은 공을 잃자마자 저렇게 바로 달려드는 거지?" 그게 바로 게겐프레싱의 핵심입니다.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이란 독일어로 '역압박'을 뜻하며, 공 소유권을 잃은 직후 수비 재정비 없이 즉각 상대를 압박해 공을 되찾는 전술입니다. 일반적인 압박 전술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공을 잃은 '그 순간' 어느 위치에서든 압박이 시작된다는 전제가 붙는다는 것입니다.

이 전술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습니다. 카운터프레싱(Counter-pressing)의 개념은 1960년대 영국에서 이미 등장했으며, 이후 네덜란드 에레디비시(Eredivisie)에서 에른스트 하펠과 리누스 미헬스 감독을 통해 본격적으로 체계화되었습니다. 여기서 에레디비시란 네덜란드 1부 프로축구 리그를 뜻하며, 페예노르트와 아약스 같은 클럽들이 압박 축구의 초기 실험장 역할을 했습니다.

클롭 자신도 자신의 전술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님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선수 시절 마인츠에서 함께했던 볼프강 프랑크 감독을 가장 큰 영감의 원천으로 꼽았습니다. 프랑크 감독은 당시 독일 축구에 만연했던 스위퍼(Sweeper) 전술을 폐기하고 포백(Four-back) 수비와 지역 방어를 도입한 인물입니다. 스위퍼란 수비 라인 후방에서 상대 공격수를 일대일로 저지하는 역할의 전담 수비수를 가리키는데, 프랑크는 이를 없애고 조직적인 압박 수비로 전환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공부하면서 솔직히 놀랐던 것은, 클롭의 게겐프레싱이 단순히 그의 창작물이 아니라 수십 년의 전술적 축적 위에 세워진 결과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클롭은 1980~90년대 AC 밀란을 지휘하며 유럽 축구를 지배한 아리고 사키 감독의 영향도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사키의 전술은 고압적 수비 라인(High defensive line)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고압적 수비 라인이란 수비진이 상대 진영 가까이 올라선 상태를 유지하며 공간을 압축하고, 공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옥죄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개념이 훗날 클롭의 게겐프레싱에 그대로 녹아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랄프 랑닉(Ralf Rangnick)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는 '게겐프레싱의 대부'로 불리며 샬케와 호펜하임에서 압박 축구를 실험했고, 레드불 계열 클럽의 철학을 설계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나겔스만과 같은 차세대 감독들이 그의 전술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게겐프레싱은 단일 감독의 유산이 아니라 하나의 축구 철학의 계보라고 봐야 합니다(출처: GiveMeSport).

게겐프레싱을 구사하는 팀이 갖춰야 할 핵심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공 소유권 상실 직후 전방 선수부터 즉각 압박을 시작할 수 있는 체력과 판단력
  • 압박 이후 발생하는 빈 공간을 보완하는 조직적인 위치 조정 능력
  • 선수 개개인이 압박을 멈추고 수비 블록을 형성해야 할 타이밍을 스스로 판단하는 전술 이해도
  • 90분 내내 고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피지컬과 피로 관리

 

클롭의 리버풀, 게겐프레싱은 어떻게 현실이 됐나

 

그렇다면 클롭은 이 전술을 리버풀에서 어떻게 현실로 만들었을까요? 제가 당시 경기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장면은, 리버풀 공격수들이 상대 골키퍼에게까지 압박을 가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단순한 전방 압박이 아니라, 공을 잃은 그 자리에서 벌어지는 즉각적인 집단 압박이었습니다.

클롭은 2015년 10월 리버풀 감독으로 부임했습니다. 처음 몇 시즌은 리그 8위, 4위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중앙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Virgil van Dijk)와 골키퍼 알리송(Alisson Becker)을 영입하면서 팀의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여기서 중앙 수비수 영입이 왜 게겐프레싱에 중요한가 하면, 이 전술은 전방 압박이 실패했을 때 뒷공간이 노출되기 때문에 수비 라인의 1대 1 대응 능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공격적인 전술일수록 수비의 질이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는 역설이 실제로 성립하는 것을 리버풀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2018/19 시즌 리버풀은 97점을 기록하고도 맨체스터 시티에 밀려 2위에 그쳤습니다. 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우승하지 못한 팀 중 역대 최다 승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주 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토트넘 홋스퍼를 2-0으로 꺾으며 클롭은 리버풀 감독으로서 첫 유럽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듬해 2019/20 시즌에는 99점으로 리그 우승까지 달성하며 30년 만의 정상 탈환을 이뤄냈습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UEFA Champions League)란 유럽 최상위 클럽 간의 대륙 챔피언십 대회로, 이 대회 우승 트로피인 빅이어(Big Ear)는 세계 클럽 축구에서 최고 권위를 상징합니다.

클롭은 "세상 어떤 플레이메이커도 훌륭한 역압박만큼 좋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다소 과장처럼 들렸지만, 실제로 살라-피르미누-마네로 구성된 공격 삼각편대가 압박으로 공을 빼앗아 득점까지 연결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그 말이 이해되었습니다. 압박 자체가 공격의 시작이 되는 구조였으니까요(출처: UEFA 공식 사이트).

물론 게겐프레싱이 완벽한 전술은 아닙니다. 선수들에게 극도의 체력 소모를 요구하기 때문에 시즌이 길어질수록 부상 위험이 높아집니다. 상대가 빌드업(Build-up), 즉 후방에서 짧은 패스를 연결하며 압박을 피하는 전술로 대응하면 오히려 수비 뒷공간이 크게 열리는 취약점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클롭의 리버풀 후반기 시즌에서도 이런 약점이 드러나는 경기가 있었고, 저도 직접 경기를 보면서 '오늘은 상대 패스 루트를 못 막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게겐프레싱은 결국 11명 모두가 전술을 완전히 이해하고 몸으로 체화해야만 작동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지점이 이 전술의 가장 큰 매력이자 한계입니다.

게겐프레싱 전술의 성공과 한계는 결국 감독과 선수의 신뢰, 그리고 전술 이해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롭의 성공은 단순히 압박이 센 팀을 만든 게 아니라,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압박 축구를 만들어낸 데 있었습니다. 앞으로 게겐프레싱을 계승한 나겔스만이나 투헬 같은 감독들이 이 전술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지켜보는 것도 현대 축구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클롭의 게겐프레싱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그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시절 2011/12 시즌 경기들을 한번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전술이 어떻게 경기 흐름을 바꾸는지 가장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참고: https://www.givemesport.com/football-soccer-gegenpressing-explained-tac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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