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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도 처음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문제가 많다는 건 알았지만, 회장 선거에서 심판 배정을 들고 표를 요구했다는 녹취록이 나올 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승부조작 사면 파동부터 이번 선거 의혹까지,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이 상황을 보면서 한국 축구 팬으로서 허탈함을 넘어 분노가 쌓였습니다.
부정선거 의혹: 심판 배정과 매표 행위의 실체
제가 이 사안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설마 이게 사실이야?"였습니다. 그런데 KBS가 입수한 녹취록의 내용은 꽤 구체적이었습니다. 정몽규 회장의 4선 도전 과정에서 심판 평가관이 선거인단으로 선정된 심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심판 승급과 경기 배정이라는 실질적인 권한을 내세워 지지를 요청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서 '선거인단'이란 협회장 선거에서 실제 투표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총 192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당연직 임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랜덤 추첨으로 선정됩니다. 추첨이라는 방식을 쓴 이유는 특정 세력이 결과를 좌우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인데, 문제는 추첨 이후 협회 내부 조직이 맨투맨 방식으로 선거인단 개개인을 직접 찾아다녔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무작위로 뽑았지만 결국 관리는 조직적으로 했다는 뜻입니다.
더 나아가 문진희 심판위원장이 선거 전날 선거인단인 심판 A씨를 직접 만나 지지를 요청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심판위원장과 심판 평가관은 협회 규정상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는 위치입니다. 규정상 불가능한 행위를 전국 단위로 조직적으로 펼쳤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명백한 선거 개입입니다.
부산시축구협회장은 KBS 인터뷰에서 "직선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못 박으면서, 17개 시도 축구협회장들이 뭉치면 원하는 인물을 언제든 선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여기서 '직선제'란 일반 회원이나 국민이 직접 투표로 협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반대 개념인 현행 간선제는 선거인단만 투표권을 갖습니다. 그 선거인단을 조직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사실상 결과를 미리 정해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비판의 핵심입니다.
- 선거인단 192명 중 당연직 임원 외 나머지는 랜덤 추첨 선정
- 심판 평가관이 심판 승급·경기 배정을 내세워 지지 요청 (녹취록 확인)
- 심판위원장·심판 평가관은 규정상 선거 운동 불가 위치
- 부산시축구협회장: "17개 시도협회장이 뭉치면 원하는 결과 낼 수 있다" 공개 발언
승부조작 사면과 직선제 개혁, 한국 축구가 가야 할 길
제가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 가장 어이없다고 느꼈던 사건은 부정선거 의혹보다도 사실 승부조작 사면 파동이었습니다. 대표팀 A매치가 열려 온 나라의 눈이 경기장으로 쏠린 그날, 협회는 조용히 승부조작 가담자들을 사면 처리했습니다. 여론이 들끓자 결국 철회했지만, 저는 그 타이밍 자체가 이미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추려 했다는 뜻이니까요.
여기서 '승부조작'이란 경기 결과를 사전에 정해두고 의도적으로 경기력을 조작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스포츠의 핵심 가치는 결과를 아무도 미리 알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 불확실성이 바로 축구를 보는 이유입니다. 그런 짓을 저지른 사람을 아무런 사회적 합의 없이 복권시키려 했다는 것은, 협회 지도부가 축구의 본질적 가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정몽규 회장은 결국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협회 내부에서는 여전히 정관 개정을 미루며 현 구조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관 개정'이란 협회 운영의 기본 규칙을 바꾸는 것으로, 선거 방식의 직선제 전환도 이 과정을 통해야 합니다. 회장이 바뀌어도 정관이 그대로라면 구조는 변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조직은 사람이 바뀌어도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정몽준 전 회장은 1993년부터 2009년까지 16년간 협회를 이끌었습니다. 장기집권이었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유치와 4강 진출이라는 실질적 성과가 있었고, 그 이후 수많은 선수들의 해외 진출 길이 열렸습니다. 성과로 긴 임기를 납득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결이 다릅니다. 현 상황은 성과가 아니라 의혹이 쌓인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출처: 법무부 공직선거법 관련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선거 운동 금지 위반은 공정성 훼손의 핵심 기준이 됩니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직선제 도입 또는 선거인단의 외부 검증, 선거 과정 전면 공개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출처: 대한체육회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된 스포츠 공정성 원칙과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조가 지금의 축구협회 선거 시스템입니다. 현장에서 묵묵히 뛰는 선수와 지도자들은 이 논란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A. 현재는 간선제 방식으로, 192명의 선거인단이 투표권을 갖습니다. 선거인단은 당연직 임원과 랜덤 추첨으로 선정된 일반 대의원으로 구성됩니다. 일반 국민이나 축구 팬은 직접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직선제 전환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Q. 승부조작 사면 파동이 정확히 어떤 사건인가요?
A. 협회가 과거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을 대표팀 A매치가 열린 날 조용히 사면 처리하려 한 사건입니다. 해당 타이밍이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읽혀 거센 비판을 받았고, 결국 협회는 사면 결정을 철회했습니다.
Q. 심판위원장이 선거 운동을 하면 왜 문제가 되나요?
A. 협회 규정상 심판위원장과 심판 평가관은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는 위치입니다. 이들이 심판 승급이나 경기 배정 같은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그 지위를 이용한 지지 요청은 선거인단에게 사실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규정 위반이자 선거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것이 비판의 핵심입니다.
Q. 직선제로 바뀌면 정말 문제가 해결될까요?
A. 직선제가 만능 해결책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선거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카르텔식 운영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제도 자체보다 운영 방식의 투명성이며, 선거 과정을 누구나 검증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결론
제 경험상 조직이 진짜 바뀌었는지 아닌지는 사람이 바뀌었을 때가 아니라 구조가 바뀌었을 때 알 수 있습니다. 정몽규 회장이 물러난다고 해서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들이 자동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간선제 구조, 심판 배정 권한을 통한 선거 개입 가능성, 사면 처리 같은 불투명한 의사결정 방식이 그대로라면 누가 앉아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논란이 지겹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번이 진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한체육회와 문체부가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고, 협회 스스로도 선거 과정을 전면 공개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현장에서 뛰는 축구인들과 팬들이 다시 협회를 믿을 수 있으려면, 말이 아니라 구조가 바뀌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