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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더비 (북런던 더비, 라이벌, 프리미어리그)

by dlehgus12 2026. 4. 18.

영국 프리미어리그 런던더비
런던더비

 

런던을 연고로 하는 축구팀이 무려 28개에 달한다는 사실, 처음 알았을 때 솔직히 좀 황당했습니다. 한 도시 안에서 이렇게 많은 팀이 서로 으르렁댄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경기를 찾아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런던 더비는 단순한 지역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 역사와 계급과 감정이 뒤엉킨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습니다.

북런던 더비, 손흥민 때문에 더 진하게 봤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에 아스널과 토트넘의 경기를 챙겨보기 시작한 건 순전히 손흥민 선수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를 몇 번 보고 나서야 이 맞대결이 단순한 클럽 간 라이벌전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북런던 더비(North London Derby)란 아스널과 토트넘 홋스퍼의 맞대결을 부르는 공식 명칭으로, EFL(잉글랜드 풋볼 리그) 피라미드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격렬한 더비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여기서 EFL 피라미드란 잉글랜드 축구 리그 전체를 계층화한 구조로, 프리미어리그부터 아마추어 지역 리그까지 수십 개의 단계로 이루어진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 라이벌 의식의 씨앗은 19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스널이 원래 남런던에 있던 연고지를 떠나 북런던 하이버리로 이전하면서, 사실상 토트넘의 텃밭에 들어앉은 꼴이 된 겁니다. 그 뒤로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졌고, 1971년에는 아스널이 토트넘의 홈구장인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경기에서 승리해 1부 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2004년에는 무패 우승(Invincibles)이라는 기록까지 같은 장소에서 쐐기를 박았습니다. 무패 우승이란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리그 시즌 전체를 마친 것을 의미하며,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 아직까지 이 기록을 달성한 팀은 아스널이 유일합니다.

저도 친구들과 모여 북런던 더비를 보면서, 작은 방 하나가 런던 현지 경기장처럼 달아오르는 걸 직접 겪어봤습니다. 아스널 팬과 토트넘 팬이 한 공간에 있을 때의 그 팽팽한 공기는, 다른 어떤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특별한 분위기였습니다.

첼시와 토트넘, 겉으론 비슷해 보여도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역사적인 충돌도 북런던 더비만큼 극적이지 않은데도 첼시와 토트넘의 맞대결은 묘하게 긴장감이 흐릅니다. 실제로 두 팀 팬들이 상대를 가장 중요한 라이벌로 꼽는다는 건, 이 경기가 단순한 지리적 근접성의 산물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 라이벌 관계를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2023년에 열린 경기에서 당시 첼시 감독이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자신의 전 클럽 토트넘을 상대로 출전했는데, 이 경기에서 무려 5골이 오프사이드로 취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첼시가 4-1로 완승을 거뒀습니다. 오프사이드(Offside)란 공격수가 패스를 받는 순간 상대편 최후방 수비수보다 더 골문에 가까운 위치에 있을 때 반칙으로 처리되는 축구 규정입니다. 5골이 이 규정에 걸렸다는 건, 그만큼 경기 자체가 얼마나 공격적이고 혼란스럽게 전개되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제가 그 경기를 유튜브로 찾아봤을 때 기억나는 건, 토트넘 팬과 아스널 팬이 한 영상에서 서로를 거의 대놓고 조롱하던 장면이었습니다. 처음엔 재밌게 봤는데, 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이게 좀 더 심해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팬심이 강렬할수록 그 반대편에 있는 적대감도 비례해서 커진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1967년 'FA컵 결승전'에서 토트넘이 첼시를 꺾은 것, 팬들 사이에서 '코크니 컵 결승전(Cockney Cup Final)'이라고 불리는 이 경기는 아직도 토트넘 팬들에게 자부심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FA컵(FA Cup)이란 잉글랜드 축구협회(The Football Association)가 주관하는 국내 컵 대회로, 프리미어리그와 하위 리그 팀이 모두 참가하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 대회입니다.

웨스트햄과 밀월, 런던에서 가장 험한 더비

런던 더비를 이야기하면서 웨스트햄과 밀월의 라이벌 관계를 빼놓는다면 그건 반쪽짜리 이야기입니다. 두 팀의 팬문화가 얼마나 거친지는 밀월 서포터즈의 유명한 응원가 한 줄로 압축됩니다. "모두가 우리를 싫어하지만 우리는 신경 쓰지 않아." 이 문장이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두 팀이 맞붙을 때는 경찰 병력이 대거 투입되는 게 관례일 정도입니다.

두 팀의 갈등은 지리적 요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연고지가 가까웠던 탓에 노동자 계층 팬들이 같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고, 그 오랜 적대감이 경기장 안팎으로 흘러들어왔습니다. 훌리거니즘(Hooliganism)이란 스포츠 경기와 관련된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팬 행동을 지칭하는 용어로, 영국 축구 문화에서 특히 1970~80년대에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었습니다. 두 팀은 현재도 이 문화의 잔재를 가장 강하게 품고 있는 클럽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런던의 더비 경기 중 과격한 팬 문화와 관련된 주요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밀월과 웨스트햄의 맞대결은 경찰 대규모 투입이 관례화된 유일한 런던 더비
  • 두 팀 모두 노동자 계층 팬 기반이 강하며, 지역 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결
  • 최근에는 두 팀이 다른 리그에 있어 맞대결 빈도가 줄면서 과거보다 수위가 낮아진 상황
  • 그럼에도 여전히 이 경기는 단순한 축구 이상의 사회문화적 충돌로 간주

영국 스포츠 미디어 연구를 수행하는 BBC Sport 등에서도 훌리거니즘의 역사와 현재 상황을 꾸준히 보도해왔으며, 이 더비가 단순한 축구 경기를 넘어선 사회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짚어왔습니다(출처: BBC Sport).

런던 더비는 정말 '더비'인가

런던이 아닌 지역에 사는 축구팬으로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처음에 저도 이 물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머지사이드 더비(에버턴 vs 리버풀)나 맨체스터 더비(맨시티 vs 맨유)처럼 도시 하나를 두 팀이 양분하는 구조와 달리, 런던은 14개 이상의 팀이 한 도시 안에서 각자의 정체성을 주장하고 있으니까요.

머지사이드 더비(Merseyside Derby)란 리버풀 지역을 연고로 하는 에버턴과 리버풀FC의 맞대결을 의미하며, 잉글랜드에서 지역 응집도가 가장 높은 더비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이 더비와 비교했을 때 런던 더비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크리스탈 팰리스의 가장 뜨거운 라이벌은 런던 팀이 아니라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인데, 이는 지리적 근접성이 아닌 역사적 경쟁 관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프리미어리그(Premier League) 자체가 상업화와 함께 클럽 간 라이벌 관계를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프리미어리그란 잉글랜드 1부 축구 리그로, 전 세계 약 188개국에서 방송되며 단일 스포츠 리그 중 글로벌 시청자 수가 가장 많은 리그입니다(출처: Premier League 공식 사이트). 이처럼 전 세계가 지켜보는 무대에서, 런던 더비라는 콘텐츠가 갖는 흡인력은 단순히 지역 감정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한국 K리그에도 슈퍼매치(서울 vs 수원)나 부산 더비처럼 뜨거운 맞대결이 있지만, 런던이라는 도시 하나에서 이처럼 다양한 서사와 역사적 맥락을 가진 더비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건 제가 보기에 정말 독보적인 현상입니다. 그게 매 시즌 런던 더비를 찾아보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런던 더비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일단 북런던 더비 한 경기만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경기 결과보다 경기장 분위기와 팬들의 반응을 함께 살펴보면, 왜 이 경기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문화적 충돌로 불리는지 금방 이해가 되실 겁니다. 런던 더비는 결국 축구를 통해 사람과 지역, 역사가 어떻게 얽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thelondongambler.com/football/london-derb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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