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타르 월드컵 우승 멤버 17명이 이번 북중미 월드컵 명단에 그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숫자 하나만 봐도 아르헨티나가 왜 우승 후보 최상위권에 거론되는지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저도 솔직히 이 명단을 처음 봤을 때 "이게 되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메시의 진짜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번 대회, 과연 아르헨티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스칼로니 전술 — 메시를 어떻게 쓰느냐가 핵심이다
저는 지난 카타르 월드컵을 보면서 솔직히 "설마 메시가 이번에 우승까지 하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클럽에서 이미 모든 걸 이룬 선수였고, 라이벌 호날두가 끝내 손에 쥐지 못한 트로피가 월드컵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메시는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스칼로니 감독의 전술 구조가 있었다고 저는 봅니다.
스칼로니 감독이 처음 아르헨티나 사령탑에 올랐을 때 "듣보잡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는 고강도 압박 전술인 프레싱(Pressing)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메시에게는 그 압박 의무를 면제하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서 프레싱이란 상대 진영 혹은 미드필드 라인에서 볼을 빠르게 빼앗기 위해 전체 팀이 조직적으로 압박에 가담하는 수비 방식을 말합니다. 문제는 그 방식에서 메시 한 명만 쏙 빠져 있다는 점인데, 이게 오히려 공격 전환 시 메시를 상대 수비 블록 뒤에서 받는 위치에 남겨두는 효과를 냅니다.
수비 시에는 4-4-2 블록을 유지하며 메시를 앞에 세워두고, 공격 시에는 4-2-4 혹은 3-2-4-1 형태의 가변 포메이션(Variable Formation)으로 전환합니다. 가변 포메이션이란 상황에 따라 수비와 공격 포진을 유기적으로 바꾸는 전술 방식으로, 상대가 수비 대형을 고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전환 과정에서 니코 파스, 줄리아노 시메오네 같은 선수들이 활동량으로 공간을 만들어주면, 메시는 그 빈 공간에서 결정적인 볼을 받아냅니다. 제가 MLS 마이애미 경기 영상을 몇 편 찾아봤는데, 현재도 메시가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까지 내려와 볼을 받은 뒤 혼자 전진해서 득점과 어시스트를 뽑아내는 장면이 여전히 나옵니다. 체력이 완전히 식은 선수는 저런 장면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스칼로니가 풀어야 할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디 마리아 은퇴 이후 좌우 측면 공간을 누가 책임지느냐
- 폼이 떨어진 데 파울을 대신해 메시 호위 역할을 맡을 미드필더 조합
- 맥 알리스터의 컨디션 회복 여부와 엔소 페르난데스와의 더블 피벗 안정화
- 고령화된 수비 라인에서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가 얼마나 버텨주느냐
이 네 가지 변수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토너먼트 초반부터 삐걱거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다 맞아떨어지면 우승까지 충분히 갈 수 있는 팀이라고 봅니다.
메시 라스트댄스 — 기대와 의존 사이, 아르헨티나의 진짜 승부처
메시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국가대표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지난 카타르 월드컵도 "마지막"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 이후에도 메시는 대표팀에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이와 체력을 고려할 때 정말로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많은 분석가들이 입을 모읍니다. 메시는 현재 38세로, FIFA 기준 국제 A매치에 출전 가능한 선수로서는 이례적인 나이입니다(출처: FIFA 공식 사이트).
저는 아르헨티나를 이야기할 때 마라도나를 빼놓으면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8강에서의 이른바 '신의 손' 사건은 지금도 논쟁이 끝나지 않습니다. 저도 그 장면을 다시 돌려봐도 갸우뚱해집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메시는 그 마라도나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하나씩 채워가며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메시 의존도(Dependency on Messi)가 지나치게 높다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메시 의존도란 팀의 득점 생산, 창의적인 패스, 공격 전환 등 핵심 공격 기능이 한 선수에게 집중된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황에서 메시가 햄스트링 부상이나 컨디션 저하로 이탈하면 팀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취약성을 갖게 됩니다. 실제로 메시는 최근 클럽에서도 근육 과부하 관련 징후가 간헐적으로 보고되고 있어 대회 내내 컨디션을 100%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반면 이번 대회가 북중미, 즉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린다는 점은 아르헨티나에게 분명한 이점입니다. 시차 적응(Jet Lag) 부담이 없고 기후와 음식, 관중 환경이 유럽 팀들보다 훨씬 익숙하게 작용합니다. 시차 적응이란 장거리 이동 후 신체 내부 시계가 현지 시간과 어긋나면서 수면, 집중력, 체력 회복에 지장이 생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승 후보로 함께 거론되는 스페인, 잉글랜드, 프랑스가 모두 유럽 팀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리적 조건만큼은 아르헨티나가 유리한 고지에 있습니다. 국제 스포츠 과학 연구에서도 홈 컨티넌트(Home Continent) 이점이 실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출처: 스포츠 과학 국제 저널 JSSS).
아르헨티나가 갖는 강점을 다시 한번 짚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세리에 A 득점왕 출신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이끄는 공격진
-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크리스티안 로메로 중심의 피지컬 수비 조직
- 세계 최상위급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의 공중볼 및 1대 1 처리 능력
- 홈 컨티넌트 개최에 따른 시차·기후 적응 이점
2연패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그 말에 일부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 팀에는 메시가 있고, 스칼로니가 있습니다. 그리고 메시가 월급을 못 받는 동료들 대신 직접 챙겼다는 일화처럼, 이 팀은 단순한 스타 군단이 아닌 끈끈한 결속력을 가진 집단입니다. 그 분위기 자체가 이미 상당한 전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르헨티나의 이번 월드컵 성패는 결국 스칼로니가 메시 이후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메시와 함께 마지막 황금기를 완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메시가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에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장면이 연출될지, 저도 이번 대회가 진심으로 기대됩니다. 무조건 4강 이상은 볼 수 있을 것 같고, 조건이 맞아떨어진다면 우승까지도 충분히 가능한 팀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