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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챔 엘리트 (K리그 부진, 오일머니, 대회 구조)

by dlehgus12 2026. 5. 14.

AFC 챔피언스리그
AFC 팸피언스리그

 

어린 시절부터 한국 축구는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아시아 대륙 클럽 대항전에서도 K리그 팀들은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고, 지금까지 AFC 챔피언스 리그 엘리트(이하 아챔 엘리트) 최다 우승국은 12회의 대한민국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챔 엘리트를 보다 보면 씁쓸한 감정이 먼저 드는 게 사실입니다. K리그 팀 전부가 탈락한 대회에서 사우디 팀과 일본 팀이 8강을 채우고 있는 장면이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K리그가 왕좌를 내준 배경

 

대한민국은 아챔 엘리트의 전신인 아시안 챔피언 클럽 토너먼트 초대 우승 이후, 무려 8시즌 연속으로 대회에 참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8번을 쉰 나라가 통산 최다 우승국이라는 사실은 그만큼 참가했을 때의 성적이 압도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오랜 공백이 지금의 구조적 격차를 만든 씨앗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AFC 리그 랭킹이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AFC 리그 랭킹이란 AFC가 각국 리그의 전반적인 수준과 대륙 대회 성적을 종합해 매긴 순위로, 이 랭킹에 따라 아챔 엘리트 본선 진출권과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차등 배분됩니다. 2025-26 시즌 기준 대한민국은 이 랭킹에서 본선 2팀, 플레이오프 1팀을 보내는 위치에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일본도 비슷한 쿼터를 받지만, 실제 대회 성적은 이미 확연히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제가 직접 경기를 보면서 느낀 건, 단순히 선수 개인 기량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체력 소모를 줄이는 압박 위치 설정이나 세트피스 전술 완성도에서 J리그 팀들이 K리그 팀들보다 한 박자 빠르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일본 리그의 발전은 선수 수급만의 문제가 아니라, 축구 행정 전반의 체계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오일머니와 달라진 대회 판도

 

아챔 엘리트가 더 이상 예전의 대회가 아니라는 걸 가장 실감한 건 사우디 팀과 K리그 팀이 맞붙는 장면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칼리두 쿨리발리, 사디오 마네 같은 이름들이 아시아 대륙 클럽 대항전 무대에서 뛴다는 게 처음엔 실감이 나지 않았거든요.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SPL)가 이 같은 선수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건 오일머니, 즉 산유국 국부 펀드를 바탕으로 한 천문학적인 이적료와 연봉 덕분입니다. 여기서 오일머니란 단순히 '돈이 많다'는 표현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PIF)가 직접 리그 소속 구단들의 주요 주주로 참여해 국가 차원에서 축구에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를 가리킵니다. 이는 구단 운영과 선수 영입의 상한선을 사실상 없애버린 셈입니다.

문제는 이런 자본 격차가 대회 경쟁력의 격차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아챔 엘리트는 현재 리그 스테이지 체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리그 스테이지란 조별리그와 유사하지만, 유럽 UEFA 챔피언스 리그처럼 특정 상대와 한 번씩 맞붙는 방식이 아니라 배정된 8팀을 상대로 총 승점을 경쟁하는 방식입니다. 상위 8팀은 16강에 자동 진출하고, 9~16위는 추가 플레이오프를 거칩니다. 이 구조에서 자본력 차이는 리그 스테이지 순위부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K리그 팀들이 조별 탈락이 아닌 리그 스테이지 하위권에서 마감하는 장면이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K리그 팀들이 아챔 엘리트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질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AFC 클럽 라이선스 유지 및 재정 투명성 강화
  • 외국인 쿼터(현행 외국인 5명 + 아시아 쿼터 1명) 활용 극대화를 위한 스카우팅 체계 정비
  • 리그 스테이지에서 체력 관리와 전술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스쿼드 운영
  • J리그 수준의 클럽 운영 인프라 및 유소년 시스템 장기 투자

AFC 클럽 라이선스란 AFC가 각 구단의 재정 건전성, 시설 기준, 행정 역량 등을 심사해 대륙 대항전 참가 자격을 부여하는 인증 제도입니다. 2018년 기준으로 라이선스 기준이 강화되었을 때, 일본과 중국은 1부 리그 전 구단이 취득에 성공한 반면, 서아시아 지역에서는 단 한 국가도 전 구단 취득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구단 운영 실력이 대회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증거입니다(출처: AFC 공식 홈페이지).

 

아챔 엘리트, 위기이자 기회인 이유

 

저는 아챔 엘리트가 K리그에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분명히 위기의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대회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장기적으로 K리그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아챔 엘리트 우승 구단에게는 FIFA 클럽 월드컵 진출권이 주어집니다. FIFA 클럽 월드컵이란 각 대륙 최상위 클럽 대항전 우승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대회로, 유럽 구단 외의 팀들에게는 글로벌 노출 기회로서 상업적 가치가 매우 큽니다. K리그 팀이 다시 이 자리에 오른다면, 단순한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대회 구조 개편도 주목할 지점입니다. AFC는 2026-27시즌부터 아챔 엘리트 참가팀을 기존 24개에서 32개로 늘리는 방안을 권고했습니다. 참가팀이 늘어나면 AFC 리그 랭킹 중하위권 국가들도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는 반면, 상위권 리그 팀들은 더 많은 경쟁자를 상대해야 합니다. K리그가 자본 경쟁에서 사우디를 따라가기 어렵다면, 전술 완성도와 체력 관리 같은 비자본적 경쟁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시아 축구 클럽 대항전의 역사와 구조를 보면, 결국 꾸준히 투자하고 행정을 정비한 리그가 상위권을 차지해 왔습니다. AFC가 발표한 대회 개편 방향에서도 상업성과 경쟁 균형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의도가 보입니다(출처: AFC 공식 홈페이지).

K리그가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명을 되찾으려면, 지금 당장의 결과보다 10년 뒤를 내다본 구조적 투자가 먼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개별 선수 영입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오일머니를 이길 수 없습니다. 행정, 유소년, 재정 건전성, 이 세 축을 단단히 세운 뒤에야 아챔 엘리트 무대에서 다시 한국 팀의 이름을 정상에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이 생각보다 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참고: https://namu.wiki/w/AFC%20%EC%B1%94%ED%94%BC%EC%96%B8%EC%8A%A4%20%EB%A6%AC%EA%B7%B8%20%EC%97%98%EB%A6%AC%ED%8A%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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