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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전 리뷰 (전술 분석, 미드필더 기용, 월드컵 전망)

by dlehgus12 2026. 6. 5.

대한민국 엘살바도르 경기 리뷰
대한민국VS엘살받르(엘살바도르축구협회 SNS 제공)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월드컵 본선 일주일 전 마지막 평가전, 1대 0 승리라는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이게 지금 월드컵 바로 직전 경기력이 맞나"였습니다. 결과보다 내용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경기였습니다.

 

답답했던 전반전, 전술 구조의 문제

 

제가 전반전 내내 화면을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부분은 공격이 풀리지 않는 이유가 선수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처럼 보였다는 점입니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이재성과 황인범을 중앙 미드필더(Central Midfielder)로 나란히 세웠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란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는 허리 역할을 맡는 포지션으로, 빌드업의 핵심 통로가 됩니다.

문제는 엘살바도르가 5-3-2 포메이션으로 내려앉아 이 통로를 철저히 틀어막았다는 데 있습니다. 5-3-2 포메이션이란 수비수 다섯 명과 미드필더 세 명이 두 줄로 촘촘한 수비 블록을 쌓고, 투톱이 전방에서 상대 빌드업을 견제하는 형태입니다. FIFA 랭킹에서 우리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팀이 쓰는 가장 전형적인 약자의 전략이기도 합니다.

엘살바도르는 중앙 공간을 좁게 만들어 놓고 이재성과 황인범에게 볼이 들어오는 순간 집중 압박을 퍼부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경기에서 해법은 하나입니다. 미드필더 한 명이 수비 라인으로 내려와 포백(4-Back) 형태를 만들고, 측면 공간을 넓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포백이란 기존 쓰리백 구조에서 미드필더 한 명이 내려와 수비 라인을 네 명으로 유지하면서 윙백이 측면으로 더 넓게 전개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직전 경기에서는 백승호가 이 역할을 맡아 이기혁을 측면으로 올리고, 상대가 중앙을 틀어막을 때 좌우 공간을 터뜨리는 흐름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이재성과 황인범 중 누구도 내려오지 않았고, 결국 이명재와 설영우까지 좁게 뭉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조규성 선수를 투입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높이를 활용해야 할 선수에게 낮고 빠른 패스만 이어지니 제 장점을 쓸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날 전반전 위기 장면 대부분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중앙으로 볼을 넣으면 압박에 뺏기고, 뺏긴 뒤 역습을 당하는 흐름이 반복됐습니다.

 

미드필더 기용의 핵심, 빌드업과 세컨 볼 싸움

 

제가 이 경기에서 가장 주목한 장면은 압박 전환 상황에서 미드필더 라인이 지나치게 전방으로 올라가면서 생긴 공간 문제였습니다. 빌드업(Build-Up)이란 수비진에서 볼을 안전하게 연결해 공격 진영으로 전진시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황인범은 이 빌드업의 핵심 연결 고리인데, 그가 지나치게 깊이 내려오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올라가면 패스 루트 자체가 사라집니다.

오늘 경기에서 이재성과 황인범이 전방 압박에 동참하기 위해 높이 올라가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그 순간 쓰리백 뒤로 넓은 공간이 고스란히 노출됐고, 엘살바도르가 뻥 차는 롱볼 한 방으로 그 공간을 파고드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세컨 볼(Second Ball)이란 이처럼 공중에서 경합 이후 떨어지는 볼을 뜻하는데, 이 세컨 볼 싸움에서 지면 미드필더가 올라간 상황에서 뒷공간은 걷잡을 수 없이 열립니다.

체코전을 생각하면 이 문제가 더 심각하게 느껴졌습니다. 체코의 미드필더 소우체크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볼 탈취 능력을 갖춘 선수고, 다리다는 분데스리가 시절 비달이나 캉테처럼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 싸우는 유형입니다. 엘살바도르 압박에도 흔들렸는데, 이 두 선수를 상대로 같은 구조를 유지한다면 결과는 뻔합니다.

이날 경기에서 특히 문제가 됐던 장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이 동시에 전방으로 올라가 쓰리백 앞 공간이 통째로 노출됨
  • 이재성·황인범이 좁은 공간에서 볼을 받다 압박에 뺏기고 즉각 역습으로 이어짐
  • 이기혁, 설영우 등 윙백이 측면 공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중앙으로 수렴하는 현상 반복
  • 세컨 볼 경합 패배 후 김민재 혼자 두 명을 상대하는 위험 장면 다수 발생

FIFA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월드컵 본선에서 조별리그 탈락팀의 평균 볼 점유율은 52%를 넘지만, 역습 허용 횟수는 승리팀보다 2.3배 높다고 분석됩니다(출처: FIFA). 이날 경기가 딱 그 패턴이었습니다. 볼을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오히려 역습 위기를 더 많이 허용한 구조였습니다.

 

이강인이 보여준 가능성과 월드컵 전망

 

후반전은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제가 직접 경기를 보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선수는 단연 이강인이었습니다. 투입되자마자 패스의 질, 공간 읽는 속도, 볼을 간수하는 능력 모두가 한 단계 달랐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몸을 낮추고 볼을 지키는 장면을 보면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왜 출전하지 못했는지 오히려 의문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강인이 투입된 이후 경기의 흐름 자체가 바뀌었고, 이동경의 프리킥 결승골로 이어졌습니다. 프리킥 득점은 세트피스(Set Piece) 능력을 잘 보여주는 장면인데, 세트피스란 코너킥이나 프리킥처럼 경기가 일시 정지된 후 재개되는 상황에서 사전에 약속된 전술을 구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유럽 빅 클럽들은 세트피스에서만 시즌 전체 득점의 30% 이상을 만들어 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출처: UEFA).

황인범과 이강인이 함께 뛰는 장면을 상상해 보면 기대가 됩니다. 황인범은 전방 패스와 공간 침투 타이밍이 뛰어나고, 이강인은 좁은 공간에서 마지막 연결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두 선수가 같은 시간대에 그라운드 위에 있다면 오늘 경기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배준호와 엄지성이 부상으로 명단에 들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두 선수 모두 전방 압박과 전환 속도에서 팀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자원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평가전은 승리보다 숙제를 더 많이 남긴 경기였습니다. 중앙 미드필더 구성이 전술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 문제가 오늘 하루만의 문제가 아니라 매 경기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됩니다. 본선에서는 오늘보다 훨씬 정교하고 빠른 상대를 만납니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남은 기간을 잘 마무리하고, 본선에서는 오늘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믿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전술적인 수정이 꼭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1s7Ml5Qi8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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