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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와 유럽축구 (배경, 영향, 전망)

by dlehgus12 2026. 5. 18.

오일머니와 유럽축구의 관계
오일머니오 유럽축구

 

솔직히 저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유럽 축구라고 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러니까 박지성 선수가 뛰는 팀 정도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첼시라는 팀이 갑자기 세계적인 선수들을 줄줄이 사들이더니 순식간에 강팀이 되는 걸 보면서 뭔가 축구판의 공기가 바뀌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게 바로 오일머니가 유럽 축구에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시점이었고, 그 이후로 이 스포츠는 제가 알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판이되어버렸습니다.

 

오일머니가 유럽 축구에 흘러든 배경

 

유럽 축구 클럽의 뿌리는 생각보다 훨씬 서민적입니다. 1863년 잉글랜드 축구 협회(FA)가 창설된 이후, 대부분의 클럽은 공장 노동자들이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든 팀에서 출발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신인 뉴턴 히스 LYR 축구 클럽, 웨스트햄의 전신 템스 아이언웍스가 대표적입니다. 클럽 운영에 부유한 구단주들이 있긴 했지만, 재정적 어려움은 늘 상수였습니다. 196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조차 선수들이 누더기 훈련복을 입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였습니다.

이 구조가 흔들린 건 2003년 러시아의 과두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하면서부터입니다. 여기서 과두재벌(oligarch)이란 구소련 붕괴 이후 국유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부를 축적한 러시아 신흥 재벌을 뜻합니다. 아브라모비치는 연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석유 기업 시브네프트를 단 1억 달러에 인수했다가 수십억 달러에 팔아치우며 자본을 마련했고, 그 돈으로 첼시를 사들인 직후 단 6주 만에 1억 4천만 파운드를 쏟아부었습니다. 제가 그 당시 뉴스를 보면서 느꼈던 건 "이건 축구가 아니라 쇼핑이구나"였습니다.

이후 흐름은 더 빨라졌습니다. 2008년 아부다비 왕족 셰이크 만수르가 맨체스터 시티를, 2011년 카타르 왕실이 파리 생제르맹(PSG)을, 2021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이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했습니다. 중동의 석유 자본이 유럽 축구계 전체로 퍼져나간 것입니다.

 

리그 판도를 바꾼 오일머니의 영향

 

오일머니가 유발한 가장 큰 문제는 리그 내 전력 불균형입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만수르 인수 이후 세르히오 아구에로, 케빈 데 브라위너, 엘링 홀란드 같은 최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최근 7 시즌 중 6번이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전통 강호들조차 이 기세를 따라잡는 데 역부족이었습니다. PSG 역시 2011년 인수 이후 리그 1을 13 시즌 중 9번이나 제패했습니다.

특히 2017년 PSG가 네이마르와 킬리안 음바페 영입에 쏟아부은 4억 유로는 전 세계 축구계의 이적 시장 구조 자체를 뒤흔들었습니다. 이적료 인플레이션(transfer fee inflation)이라는 현상이 발생한 것인데, 이는 특정 구단의 과도한 지출이 시장 전체의 선수 몸값을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말합니다. 그 여파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기복이 심하다는 평을 받는 안토니를 8,500만 파운드에 영입했는데, 사전 내부 평가 가치는 2,500만 파운드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습니다.

오일머니가 초래한 부작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리그 내 전력 불균형 심화로 상위권 경쟁 구도가 사실상 무너짐
  • 이적료·선수 연봉의 비정상적 상승으로 중소 구단의 선수 영입 부담 가중
  • 유소년 아카데미 출신 선수들의 1군 기회 박탈 (맨시티의 콜 파머, 로메오 라비아가 1억 파운드에 첼시로 이적한 사례가 대표적)
  • 스포츠워싱(sportswashing) 논란, 즉 국가 이미지 세탁을 위해 스포츠를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

여기서 스포츠워싱이란 특정 국가나 집단이 인권 문제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스포츠 구단이나 대회를 후원·소유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라리가 회장 하비에르 테바스가 PSG의 재정 기록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조사를 촉구했던 것도 이 맥락에서 나온 비판이었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 맨유를 응원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첼시나 맨시티 팬이 되는 걸 봤습니다. 이게 나쁜 건 아니지만, 축구를 오래 봐온 입장에서는 "팀의 역사나 철학보다 성적이 팬을 만드는 시대가 됐구나"라는 씁쓸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오일머니 시대에 다른 구단이 살아남는 법

 

그렇다면 자본력이 부족한 구단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때는 막대한 외부 투자로 맞불을 놓는 게 답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2011년 UEFA가 도입한 재정 페어플레이(FFP) 규정이 이 방법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FFP란 구단이 자신의 수입 범위를 넘어서는 지출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으로, 구단주 개인 자금을 무제한으로 투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장치입니다. 문제는 맨시티와 PSG는 FFP 도입 이전에 이미 자본을 확충했거나 카타르 스폰서십이라는 허점을 활용하고 있어 사실상 기득권이 굳어진 상태라는 점입니다(출처: UEFA 공식 사이트).

AS 모나코의 사례가 이 딜레마를 잘 보여줍니다. 2017년 리그 1을 제패한 모나코는 그 시즌 핵심 선수들을 줄줄이 빼앗겼습니다. 음바페는 PSG로, 벤자민 멘디와 베르나르도 실바는 맨시티로 팔려나가며 합계 1억 5백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기록했습니다. 팀이 해체되자 2년 뒤 강등권 싸움을 벌어야 했고, 이후 리그 우승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좋은 팀을 만들수록 오히려 더 빠르게 해체된다는 역설이 중소 구단의 현실입니다.

토트넘 홋스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 손흥민,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함께 뛰며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뛰어난 축구를 선보였지만, 트로피 하나 없이 끝났습니다. 오랜 역사와 축구 철학을 가진 클럽이 단순히 인수 주체의 자본력 차이 때문에 밀리는 현실은, 축구가 스포츠가 아닌 비즈니스로 완전히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전략은 스카우팅 역량과 선수 육성에 집중하면서, 팀이 해체되기 전 짧은 전성기에 트로피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인 왕조를 꿈꾸기보다 기회의 창이 열렸을 때 빠르게 수확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관련해 UEFA의 재정 규정 연구 보고서는 자본 불균형이 리그 경쟁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출처: UEFA 연구보고서).

오일머니가 축구판에 들어온 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현실입니다. 득과 실이 공존한다는 건 분명하지만, 티켓 가격과 구단 굿즈 비용이 해마다 치솟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축구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자본이 축구를 키웠지만, 그 과정에서 축구의 원래 주인이었던 노동자 계층과 지역 팬들이 점점 밀려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은 짚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일머니가 앞으로 유럽 축구에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지,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 https://www.hinducollegegazette.com/post/oil-money-and-european-foot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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