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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번 사태가 이렇게 빠르게 커질 줄 몰랐습니다. FIFA가 월드컵 상업권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회원국에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채 한 달도 안 되는 시한을 제시했다는 게 뒤늦게 알려지면서 전 세계 축구계가 들끓었습니다. 인판티노 회장은 결국 사과했고 FIFA 지도부는 그를 지지한다고 했지만, 제 경험상 이런 위기 봉합 방식이 실제로 신뢰를 회복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FIFA 지분매각 계획, 무엇이 문제였나
이번 사태의 핵심은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 설립 계획이었습니다. FFE란 FIFA가 월드컵을 포함한 각종 대회의 상업적 권리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 뒤, 그 소수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전 세계가 보는 월드컵의 방송권, 스폰서십 같은 돈줄을 민간 자본과 나눠 갖겠다는 것이었습니다.
FIFA는 이 계획을 통해 외부 투자자로부터 최대 42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 7천억 원을 조달하고, 향후 4년간 100억 달러 규모의 '축구 발전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출처: Sky Sports). 숫자만 보면 근사해 보이지만, 제가 이 구조를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게 진짜로 211개 회원국을 위한 계획이 맞는가?"
문제는 절차적 투명성(procedural transparency)의 부재였습니다. 절차적 투명성이란 의사 결정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공유받고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는 원칙입니다. 이번 계획은 각국 축구협회와 사전 협의도 없이 유출됐고, 협회들이 이를 지지할 경우 3010만 파운드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조건까지 달려 있었습니다. 돈으로 동의를 사려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FIFA 같은 국제 스포츠 거버넌스(governance) 기구는 회원국의 합의를 거쳐 중요 결정을 내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거버넌스란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배분하고 운영하는지를 규율하는 체계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 사태를 지켜본 경험상, 실제 FIFA의 의사 결정 구조는 상당 부분 소수 지도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 FFE 기업 가치 약 200억 달러(약 27조 원)로 평가, 소수 지분 매각으로 42억 달러 조달 목표
- 사전 협의 없이 계획 유출, 9월 중순이라는 촉박한 마감 제시
- 동의 시 3010만 파운드 인센티브 제공 — 사실상 금전적 압박
- UEFA 55개 회원국 보이콧 투표, 인판티노 고문 코르데이로 사임으로 이어짐
사과와 지지 사이, 진짜 위기 수습인가
모로코에서 7시간에 걸친 마라톤 위기 회의 끝에 FIFA 지도부는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인판티노 회장과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룀 사무총장은 공동 서한을 통해 "계획의 오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 대목에서 저는 좀 불편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 그라프스트룀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를 "슬프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련의 사건들"이라고 직접 비판했던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며칠 후 인판티노와 나란히 사과 서한에 서명한 뒤, 함께 축구 경기를 웃으며 관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제가 경험상 알고 있는 진짜 사과에는 행동의 변화가 따릅니다. 발표문 한 장으로 정리되는 사과는 위기를 봉합하려는 제스처에 가깝습니다.
FIFA는 별도 성명을 통해 "FIFA의 청렴성과 적법 절차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여기서 적법 절차(due process)란 모든 이해관계자가 규정에 따른 공정한 과정을 거쳐 권리를 행사하고 의사를 표명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원칙입니다. FIFA가 이 단어를 스스로 꺼낸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이번 매각 계획 자체가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UEFA는 "현 FIFA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공개 선언했고(출처: UEFA 공식 사이트), 전설적인 윙어 루이스 피구는 인판티노의 행동을 "가장 저열하고 기만적이며 비겁하게 이기적인 행태"라고 표현했습니다.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도 "FIFA 회장으로서 그의 입지에 치명적"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도부가 지지를 표명한다고 해서 이런 외부의 불신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어도 알 수 있습니다.
인판티노 거취, 그리고 FIFA가 나아가야 할 방향
인판티노 회장은 변호사 출신입니다. UEFA 사무총장을 거쳐 FIFA 회장 자리에 오른 인물로, 축구 현장보다는 행정과 협상 테이블에서 경력을 쌓아 온 사람입니다. 제가 그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그가 스포츠의 가치보다 재원(財源) 확보와 권력 유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최근 선수들의 혹사 논란을 낳은 대회 일정 확대, 권력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던 여러 장면들이 그 인상을 강화했습니다.
그가 사임을 거부하는 논리는 단순합니다. "211개 회원국의 투표로 선출됐으니, 해임도 그들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주장 자체는 틀리지 않습니다. FIFA 내부 규정상 회장을 축출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긴급 FIFA 평의회 소집을 통한 불신임 투표, 또는 긴급 FIFA 총회 소집이 그것입니다. 불신임 투표(vote of no confidence)란 지도자가 조직의 신뢰를 잃었다고 판단될 때 구성원들이 공식적으로 신임 철회 의사를 표명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만약 인판티노 회장이 내년 3월 회장 선거까지 자리를 지킨다면,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월 18일이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현재 후임 후보로는 UEFA 회장 알렉산더 체페린, PSG 회장 나세르 알 켈라이피, AFC 회장 셰이크 살만, CONCACAF 회장 빅토르 몬탈리아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체페린이 현재의 상업주의 중심 FIFA 운영 방식과 가장 다른 비전을 가진 인물로 보입니다.
FIFA든 대한축구협회든, 결국 축구 행정의 핵심은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과 한 번, 지지 성명 한 줄로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FIFA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사결정권을 투명하게 분산하고, 모든 회원국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지 않는다면, 이번 위기는 또 하나의 '잘 포장된 봉합'으로 역사에 남게 될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FIFA 지분매각 계획이 왜 그렇게 빨리 철회됐나요?
A. UEFA 55개 회원국이 보이콧 투표를 진행하고, 인판티노의 핵심 고문이 사임하며 계획을 "나쁜 거래"라고 공개 비판하는 등 내외부 반발이 동시에 터졌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계획은 반대가 있어도 표결까지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공식 투표 전에 먼저 철회됐다는 점이 그 압박의 강도를 말해 줍니다.
Q. FIFA 지도부가 인판티노를 지지했는데, 그래도 사임 가능성이 있나요?
A.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FIFA 내부 규정상 긴급 평의회 불신임 투표나 긴급 총회를 통해 회장을 축출할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합니다. 지도부 지지가 곧 전체 회원국의 신임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UEFA와 일부 협회들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상황은 유동적입니다.
Q. FFE(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가 뭔가요?
A. FIFA가 월드컵을 포함한 각종 대회의 상업적 권리를 분리해 설립하려 했던 별도 법인입니다. 쉽게 말해 FIFA의 돈줄이 되는 방송권·스폰서십 등을 하나의 회사로 묶어, 그 지분 일부를 외부 민간 투자자에게 파는 구조였습니다. 기업 가치를 약 200억 달러로 평가해 최대 42억 달러를 조달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거센 반발에 철회됐습니다.
Q. 인판티노 후임으로 누가 거론되나요?
A. UEFA 회장 알렉산더 체페린, PSG 회장 나세르 알 켈라이피, AFC 회장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CONCACAF 회장 빅토르 몬탈리아니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다만 공개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은 아직 없으며, 실제 구도는 11월 18일 후보 등록 마감일 전후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사과와 지지 성명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인판티노 회장이 계획을 철회하고 사과한 것 자체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거센 반발에도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러나 FIFA의 구조적 문제, 즉 권력 집중과 절차적 투명성 부재는 이번 한 번의 사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FIFA든 대한축구협회든, 상식적이고 실력 있는 행정가가 수장을 맡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구조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다음 FIFA 회장 선거가 진짜 변화의 기점이 될 수 있는지, 11월 후보 등록 마감일부터 주의 깊게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