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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알람 맞춰놓고 추첨 결과 기다린 적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번에 그랬습니다.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추첨 결과가 나오자마자 화면을 캡처해두고, 한동안 대진표만 들여다봤습니다.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과 이강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같은 조가 아닌 리그 페이즈에서 맞붙게 됐고, 황인범·이한범까지 네 명의 한국 선수가 한 무대에 서게 됐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코리안 더비, 드디어 성사됐다
박지성 선수가 맨유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던 장면을 기억합니다. 그때 저는 고등학생이었는데, 한국 선수가 저 무대 위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강인 선수가 파리 생제르맹 시절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봤을 때도 비슷한 감각이 들었고, 이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 후 첫 챔피언스리그 대진 결과는 그 감각을 또 한 번 건드렸습니다.
이번 추첨에서 바이에른 뮌헨(김민재)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강인)의 맞대결이 성사됐습니다. 단순한 빅매치가 아니라, 두 한국 선수가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직접 부딪히는 이른바 '코리안 더비'입니다. 여기서 코리안 더비란 같은 국적의 선수들이 서로 다른 클럽 소속으로 맞대결하는 경기를 뜻하며, 유럽 축구 팬들 사이에서도 꽤 주목받는 이벤트입니다.
지난 시즌에도 두 선수는 이미 한 차례 맞붙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강인 선수는 교체로 들어와 경기 흐름 자체를 바꿔버리는 장면을 연출했고, 김민재 선수는 파리 상대로 직접 골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그때보다 이번이 더 기대됩니다. 이강인 선수의 무게중심이 파리 시절보다 앞쪽으로 올라왔고, 역할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PSG 시절에는 챔스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기 어려운 구조였는데, 아틀레티코에서는 좀 더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술적으로도 흥미롭습니다. 바이에른이 볼 점유를 주도하는 스타일이고 아틀레티코가 선수비 후 역습 구조를 택하는 팀인 만큼, 이강인 선수가 우측 공간을 치고 나올 때 김민재 선수와 1대 1 상황이 반복적으로 연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그림이 미리 그려지는 경기는 실제로 봐도 재밌더라고요.
- 바이에른 뮌헨(김민재)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강인): 코리안 더비 성사
- 황인범(FC포르투): 친정 팀 페예노르트 원정 포함, 맨체스터 시티와도 조우
- 이한범(클럽 브뤼헤): 인테르·나폴리·리버풀 등 강호와 연속 격돌 예정
- 리버풀은 바이에른(김민재)을 제외한 한국 선수 소속팀을 모두 상대함
리그 페이즈, 볼거리는 늘었지만 대가가 있다
이번 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는 기존 '조별리그(Group Stage)' 방식을 폐지하고 '리그 페이즈(League Phase)'를 도입했습니다. 여기서 리그 페이즈란 36개 참가팀이 하나의 단일 리그처럼 편성돼 각 팀이 서로 다른 8개 팀과 홈·원정 경기를 치르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조가 없어진 대신, 전체가 하나의 큰 표로 묶이는 구조입니다. UEFA가 공식 발표한 이 새로운 방식은 더 많은 빅매치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환영받기도 했습니다(출처: UEFA 공식 홈페이지).
제가 직접 이번 대진표를 훑어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강팀끼리의 맞대결이 늘어난 건 분명한데, 그만큼 선수들의 이동 거리와 일정 부담도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특히 노르웨이 최북단에 위치한 보데/글림트나 아제르바이잔의 카라바흐 아게담(사바)처럼 지리적으로 극단적인 위치의 클럽이 포함되면서, 원정 이동 거리가 경기력을 좌우하는 변수로 급부상했습니다.
도르트문트가 대표적인 피해 사례입니다. 보데/글림트 원정과 사바 원정을 동시에 배정받았는데, 차로 이동하면 58시간이 넘는 거리입니다. 게다가 아스널과 아스톤 빌라 원정까지 겹치면서, 제 눈에는 이번 대진에서 가장 힘든 팀으로 보입니다. 원정 일정이 저렇게 짜이면 선수 컨디션 관리가 불가능에 가까워지거든요.
반면 이 구조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리그 페이즈는 기존 조별리그처럼 '죽음의 조'에 걸려 조기 탈락하는 불운을 줄이고, 더 많은 경기를 통해 실력 있는 팀이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인다는 겁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복잡한 순위 계산이 필요해진 만큼 라이트 팬들이 직관적으로 따라가기 어려워진 건 분명한 단점입니다. UEFA가 상업적 가치를 먼저 계산한 구조 개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비판이 꽤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동 거리가 만드는 변수, 그리고 한국 선수들의 과제
손흥민 선수가 결승 무대까지 올라갔을 때의 그 경기를 저는 새벽에 혼자 봤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보여준 활약은 지금도 생생하고, 리버풀의 이스탄불 기적처럼 챔피언스리그는 매년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대진표가 나오는 순간부터 이미 상상이 시작됩니다.
황인범 선수의 FC포르투 대진을 보면, 홈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PSV, 원정에서 리버풀과 친정 팀 페예노르트를 만나게 됩니다. 페예노르트 원정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좋게 이별한 선수가 친정 구장에 원정으로 돌아올 때 관중들이 보내는 박수는, 유럽 축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감동이 있습니다. 황인범 선수가 그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이한범 선수의 클럽 브뤼헤는 대진 운이 좋지 않았습니다. 4번 포트(UEFA 시드 분류에서 가장 낮은 등급으로,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들이 배정되는 그룹)에서 슈투트가르트와 랑스를 동시에 뽑았는데, 4번 포트 중에서도 쉽지 않은 상대들입니다. 거기다 인테르·나폴리 원정, 리버풀·아스톤 빌라 홈경기까지 이어집니다. 이적하자마자 이런 대진을 받은 건 혹독한 환경이지만, 동시에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에 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출처: Transfermarkt).
클럽 브뤼헤는 지난 두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입니다. 미뇰레 골키퍼가 수차례 선방으로 팀을 구한 것처럼, 수비 중심으로 버티다가 결정적인 순간을 낚아채는 전술을 구사합니다. 이한범 선수에게는 수비 상황이 압도적으로 많을 텐데, 거기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오히려 더 크게 눈에 띌 수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챔피언스리그 무대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기록되는 곳이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가 기존 조별리그랑 뭐가 다른가요?
A. 기존 조별리그는 4~6개 팀이 한 조에 묶여 서로 싸우는 방식이었습니다. 리그 페이즈는 조가 없어지고 36개 팀이 하나의 리그처럼 운영됩니다. 각 팀은 서로 다른 8개 팀과만 경기하기 때문에 빅매치가 훨씬 많아지지만, 순위 계산 방식이 복잡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상업적 이득을 위해 팬 친화성을 희생했다는 시각과, 더 많은 팀에 기회를 준다는 시각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Q. 김민재 선수가 이번 시즌 바이에른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을까요?
A. 우파메카노와 타가 지난 시즌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건 사실입니다. 다만 김민재 선수가 프리시즌과 수퍼컵에서 부상을 완전히 털어낸 듯 가벼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아킬레스건 부위 부상이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Q. 도르트문트가 이번 대진에서 가장 힘들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많은 분들이 그렇게 보고 있고, 저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보데/글림트와 사바 원정을 동시에 배정받았는데, 사바가 위치한 아제르바이잔은 직항편조차 없어 팬들이 원정을 가려면 비행 환승 포함 15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거기에 아스널·아스톤 빌라 원정까지 겹치니, 체력적·물리적으로 가장 혹독한 일정을 받은 팀임은 분명합니다.
Q. 이강인 선수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챔스 활약을 기대해도 될까요?
A. PSG 시절에는 구조적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두드러지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아틀레티코에서는 팀의 전술 구조상 더 많은 공격 관여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시메오네 감독이 아직 공격진 구성을 완전히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시즌 초반보다는 팀이 안정된 이후 경기에서 본격적인 활약을 기대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결론
챔피언스리그는 매년 기적 같은 장면들을 만들어냅니다. 이스탄불의 리버풀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 반드시 한 번은 나오는 대회입니다. 그 무대에 네 명의 한국 선수가 동시에 서게 됐다는 것, 저는 그게 단순한 뉴스 이상으로 느껴집니다.
리그 페이즈 방식의 도입이 선수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은 유효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복잡한 구조 안에서 이강인이 김민재를 뚫어내는 장면, 황인범이 친정 구장에서 박수를 받는 장면, 이한범이 인테르 원정에서 몸을 날리는 장면이 나올 수 있다면, 저는 그 경기들을 새벽에 알람 맞춰놓고 볼 겁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개막 전부터 이렇게 기대되는 시즌은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