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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대한축구협회장 자리는 언제 채워지나 슬슬 걱정이 됐습니다. 정몽규 전 회장이 물러난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 아무 소식이 없으니 이러다 그냥 해를 넘기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협회가 최근 보궐선거를 위한 선거인단 구성 실무 TF를 가동하고 전국 축구단체에 공문을 발송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내용을 들여다보니 마냥 안심하기엔 이른 것 같았습니다.

선거인단 2만 명 확대, 숫자가 전부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선거인단 규모를 키우면 대표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보궐선거 준비 과정을 살펴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번 선거인단 확대 안은 K-축구 혁신위원회, 즉 박지성 위원장이 이끄는 개혁 기구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혁신위원회란 협회 운영 구조와 회장 선출 방식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안을 제시하기 위해 구성된 외부 자문 기구를 의미합니다. 지난 2024년 회장 선거 당시 선거인단이 고작 192명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번에 제시된 2만 명 이상이라는 숫자는 분명 파격적입니다(출처: 한국경제).
구체적으로 보면 대학 선수 선거인단은 기존 5명 수준에서 약 3,800명으로 늘어납니다. 동호인 선거인단도 약 5,000명 규모로 확대되고, 전문 선수 전체 선거인단은 약 5,900명에 달합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현장 축구인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렇게 갑자기 구조가 바뀔 때는 항상 빈틈이 생기더라고요. 협회가 이번에 전국 시도축구협회, 전국연맹, K리그 1·2 구단 등에 공문을 발송하고 오는 23일까지 임원·대의원 명단 제출을 요청했는데, 선거인단 구성의 세부 기준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기초명부(선거인 명단을 처음으로 정리한 기초 자료)부터 먼저 확보하고 기준은 나중에 정하겠다는 식의 절차가 저는 솔직히 조금 불안했습니다.
- 기존 선거인단: 192명 → 개편 후: 2만 명 이상 (100배 이상 확대)
- 대학 선수 선거인단: 기존 5명 수준 → 약 3,800명
- 동호인 선거인단: 약 5,000명으로 신설 확대
- 전문 선수 전체 선거인단: 약 5,900명 (중복 등록자 제외 시 변동 가능)
공정성과 대표성, 숫자 뒤에 진짜 문제가 있습니다
선거인단 규모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공정한 선거가 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꼭 맞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걸린 부분이 바로 대학 선수들의 독립적 투표권 문제였습니다.
대학 선수 약 3,800명이 선거인단에 포함된다는 건 외형상 좋은 변화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대학 선수들은 출전 기회와 진로 모두 감독과 지도자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비밀 투표가 형식적으로 보장된다 해도, 실질적인 독립성이 확보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습니다. 투표권의 독립성이란 외부의 눈치나 압력 없이 자신의 의사만으로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이 부분이 제도적으로 보완되지 않으면 선거인단을 아무리 늘려도 실질적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도 이와 관련해 협회가 선거인단 구성의 세부 기준과 대표성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채 명부 확보부터 추진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5~K7 디비전과 생활체육 선수, 일선 축구행정 종사자의 참여 범위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출처: 한국경제). 저도 이 지적이 굉장히 타당하다고 느꼈습니다.
정몽규 전 회장은 4선, 13년 넘게 협회를 이끌었습니다. 무조건 잘못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구조는 거의 바뀌지 않았고, 고인 물은 계속 썩어 들어갔습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홍명보 감독 사퇴, 대표팀 선수들 간의 잡음까지,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문제가 연달아 터졌습니다. 컨트롤타워란 조직 전체의 방향을 잡고 갈등과 위기를 수습하는 핵심 의사결정 주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있었어도 크게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분명히 낫습니다.
제 경험상 서두르다 생긴 실수는 고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협회장 공석이 길어지는 것도 분명 문제지만, 준비 없이 치러진 선거로 또 다른 고인물이 자리를 채운다면 이번 기회는 그냥 흘려보내는 셈이 됩니다. 지금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축구협회장 보궐선거는 언제 치러지나요?
A.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협회는 현재 선거인단 기초명부 확보 단계에 있으며, 이사회를 통해 회장선거관리규정이 개정된 이후 선거 일정이 확정될 예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절차가 신속하게 끝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세부 기준 논의가 남아 있어 제 예상으로는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선거인단이 왜 갑자기 2만 명으로 늘어나나요?
A. K-축구 혁신위원회가 지난 8월 발표한 권고안에 따른 것입니다. 기존 192명의 소수 관계자가 회장을 선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선수·지도자·동호인 등 현장 축구인의 참여를 대폭 늘리는 게 핵심입니다. 소수 기득권이 회장을 결정해왔다는 비판을 반영한 개편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Q. 대학 선수들이 투표를 제대로 할 수 있나요?
A. 이 부분이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입니다. 비밀 투표가 형식적으로 보장되더라도, 출전 기회와 진로를 쥔 지도자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투표권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선거인단 확대의 취지 자체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Q. 정몽규 전 회장이 왜 사퇴했나요?
A.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홍명보 감독이 사퇴했고, 협회 운영 구조 전반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정 전 회장도 결국 회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4선에 13년 이상 재임한 만큼 구조적 변화 없이 고인물이 지속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결론
이번 대한축구협회장 보궐선거는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는 이벤트가 아닙니다. 제가 직접 지켜보면서 느낀 건, 이번이 진짜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에 가까운 기회라는 점입니다. 선거인단을 2만 명으로 늘린다는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하지만 대표성과 투표권의 독립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 없이 명부부터 쌓는 방식은, 껍데기만 바뀐 선거로 끝날 위험이 있습니다.
협회는 서두르기보다 기준을 먼저 공개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치러진 선거에서 진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회장이 선출된다면, 한국 축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저는 그 선거가 제대로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