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시즌 토트넘은 마지막 라운드까지 강등권 싸움을 벌이다 17위로 간신히 잔류에 성공했습니다. 저도 손흥민 선수가 떠난 뒤에도 토트넘 경기를 꾸준히 챙겨봤는데, 솔직히 이 정도로 처참한 시즌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데 제르비 감독 체제 아래 토트넘이 어떤 스쿼드를 꾸리고 어떤 축구를 할지, 이적 시장이 그 첫 번째 답이 될 것입니다.
스쿼드 개편: 나가는 선수와 들어오는 선수
에버튼전이 끝난 직후 데 제르비 감독은 "오늘 밤부터 새로운 팀을 구축하기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인터뷰를 보면서 이 감독이 단순한 미세 조정이 아니라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현재 계약 만료 또는 임대 종료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선수들만 해도 적지 않습니다. 센터백 벤 데이비스와 중앙 미드필더 비수마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됩니다. 임대로 데려왔던 무히드리와 팔리냐도 소속 구단으로 복귀 수순입니다. 여기에 로메로까지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로메로는 에버튼전 직전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으려 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만큼 이미 팀 이탈 의지가 뚜렷한 상황입니다. 시즌 중반에도 여러 차례 이적 희망 의사를 밝혔던 만큼, 여름 이적 시장에서 출구를 찾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다만 팔리냐만큼은 좀 다릅니다. 에버튼전에서 팔리냐가 없었다면 토트넘의 강등을 막기 어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고, 본인 스스로도 "다음 시즌은 다를 것"이라며 잔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데 제르비 감독도 시즌 막판 팔리냐를 중용한 만큼, 이 선수의 임대 연장이나 완전 이적 여부가 이적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반면 들어오는 선수들의 윤곽도 어느 정도 잡혀 있습니다. 핵심적으로 거론되는 영입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마르코 세네시(본머스): 왼발을 활용한 빌드업 능력이 뛰어난 센터백
- 앤드류 로버트슨(리버풀): 공격적인 오버래핑이 특기인 왼쪽 풀백
- 부슈코비치: 임대를 마치고 복귀하는 볼 운반형 센터백
로메로가 빠진 센터백 라인에는 부슈코비치와 세네시의 조합이 유력합니다. 세네시는 이라올라 감독 체제의 본머스에서도 볼 전개 능력을 인정받은 왼발 센터백으로, 데 제르비 감독이 선호하는 빌드업(build-up) 방식에 적합한 자원입니다. 여기서 빌드업이란 수비진에서부터 조직적인 패스 연결을 통해 공격을 시작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단순히 볼을 앞으로 걷어내는 것이 아니라, 센터백이 직접 방향 전환 패스를 연결하며 상대 수비 구조를 흔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프리미어리그 공식 통계에 따르면 이번 시즌 토트넘의 패스 성공률은 하위권에 머물렀으며, 이는 기술적 역량을 갖춘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부재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출처: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전술 분석: 데 제르비가 원하는 축구의 실체
제가 데 제르비 감독의 경기를 처음 눈여겨보기 시작한 건 브라이튼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브라이튼은 자원 면에서 상위권 클럽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는데도, 경기 내용만큼은 어느 팀 못지않았습니다. 그 축구의 핵심이 뭔지 직접 겪어보니, 한 마디로 압축하면 "상대를 끌어내는 구조"였습니다.
데 제르비 감독의 전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개념이 하프 스페이스(half-space) 활용입니다. 하프 스페이스란 경기장을 다섯 개의 세로 구역으로 나눴을 때 중앙과 측면 사이에 해당하는 공간으로, 수비 입장에서 가장 수비하기 까다로운 지역입니다. 이 공간에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내려오는 측면 공격수를 배치해 수비 조직을 흔들고, 그 사이로 결정적인 패스를 찔러 넣는 방식이 데 제르비 감독의 공격 설계 핵심입니다.
이번 시즌 토트넘에서는 사비 시몬스가 왼쪽 측면 공격수 포지션에서 이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시몬스는 안쪽으로 파고들며 하프 스페이스에 자리를 잡고, 그 순간 왼쪽 풀백인 우도기가 높게 올라가 측면 공간을 활용하는 구조가 반복됐습니다. 그런데 시몬스가 큰 부상을 당하면서 2027년 1월경이나 복귀 가능한 상황이 됐습니다. 이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선수가 현재 스쿼드에 사실상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마티스 텔이나 히샬리송이 같은 위치에 서더라도, 볼을 받아 패스를 전개하는 플레이메이커(playmaker) 역할은 두 선수 모두 적합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플레이메이커란 좁은 공간에서 압박을 견디며 동료에게 정확한 패스로 공격을 이어가는 선수 유형을 말합니다. 창의성과 기술적 완성도가 함께 필요한 포지션입니다.
중앙 미드필더 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데 제르비 감독의 축구에서는 탈압박(pressing resistance)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가 필수입니다. 탈압박이란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 속에서도 볼을 빼앗기지 않고 안정적으로 패스를 연결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이 능력이 없으면 의도적으로 미끼를 던지는 데 제르비 감독의 빌드업 전술 자체가 역습의 빌미가 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전술은 해당 역할을 소화할 선수 한 명의 역량이 팀 전체 흐름을 좌우합니다. 현재 토트넘의 팔리냐, 사르, 벤탄쿠르는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이 부분에서는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토트넘 내부 검토 결과, 최근 몇 시즌 간 선수 영입 기준이 기술적 역량보다 신체 능력, 스피드, 파워에 치우쳐 스쿼드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창의적인 미드필더가 없다는 지적이 구단 내부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된 셈입니다. 유럽축구연맹(UEFA)의 클럽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서도 기술 기반의 빌드업 구조를 갖춘 팀이 중장기적으로 더 높은 순위 안정성을 보인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출처: UEFA 공식 홈페이지).
정리하면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토트넘이 반드시 채워야 할 포지션은 왼쪽 측면의 플레이메이커형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의 기술적 선수 1~2명, 그리고 오른쪽 측면의 뎁스(depth) 자원입니다. 여기서 뎁스란 주전 외에 비슷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대체 자원을 의미합니다. 부상이나 출전 정지 상황에서도 팀 전력 저하를 최소화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손흥민 선수도 최근 인터뷰에서 토트넘 경기를 빼놓지 않고 봤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는데, 동시에 '이 팀이 과연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함께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데 제르비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구단이 얼마나 지원해 주느냐가 다음 시즌 토트넘의 수준을 결정할 것입니다. 과거 이 감독이 구단과 갈등을 빚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감독 권한을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구단의 의지가 실제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중위권 안착이 목표가 되겠지만, 데 제르비 감독의 전술이 제대로 이식된다면 그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토트넘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