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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프런티어가 15억 원의 재원 공백을 공식 인정하며 선수 급여 지급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대기업 후원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B 없이 예산을 편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프로축구 구단이 있어서인지 이 문제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구단운영 — 확보되지 않은 돈으로 짠 예산
파주 프런티어가 공개한 입장문에는 2026 시즌 예산이 시 지원금 60억, 도 지원금 5억, 자체 수입 목표 10억, 대기업 후원 목표 15억 원 등 총 90억 원을 기준으로 편성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문제는 그 15억 원이 '목표'였다는 점입니다. 대기업 후원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구단주가 부족분을 보전한다는 구두 약속을 전제로 이사회 심의·의결을 통과시켰다는 건데, 제가 직접 이 구조를 들여다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정말 프로 구단의 예산 편성 방식이 맞나?"였습니다.
여기서 구두 약속(口頭 約束)이란 문서로 남기지 않은 말로만 한 약속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태에서 그 약속을 재정 계획의 핵심 전제로 삼았다는 뜻입니다. 시정 교체와 구단주 변경이 맞물리면서 그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고, 15억 원의 공백이 그대로 현실이 됐습니다.
더 황당한 건 시 지원금 60억과 도 지원금 5억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자체 수입으로 확보된 돈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구단이 스스로 벌어들이는 수익 구조가 없는 상태에서, 들어올지조차 불확실한 후원금을 예산의 한 축으로 삼은 것은 무책임한 구단운영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구단 — 세금으로 유지되는 구조의 민낯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구단도 시민구단 성격을 일부 띠고 있습니다. 다만 기업이 중심이 되고 지자체 세금 의존도를 점차 줄이는 방향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저는 그 방향성 자체를 다행스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지방 기업이 대기업의 지원 없이 구단을 자립적으로 운영하는 건 분명히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그 방향을 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구조적으로는 훨씬 건강합니다.
파주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시민구단(市民球團)이란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시민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구단을 뜻합니다. 그 말 자체가 의미하듯 재정의 근간이 공공 자금, 즉 세금입니다. 문제는 이 구조에서 자체 수익 창출 없이 세금에만 의존하면,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구단의 운명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태를 잘 모르는 지역 주민들은 동네에 프로 구단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자체장 입장에서도 구단 창단은 치적(治績)으로 내세우기 좋습니다. 여기서 치적이란 임기 중 이룬 눈에 띄는 성과를 의미하는데, 프로 구단 창단은 가시성이 높기 때문에 선거철 지지율과도 연결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 자부심의 비용이 고스란히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을 인식하는 주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 파주 2026 시즌 예산 중 공공 자금(시·도 지원) 비중: 65억 원 / 총 90억 원 (약 72%)
- 자체 수입 목표는 10억 원이었으나 실질 달성 여부는 불투명
- 대기업 후원 15억 원은 결국 미성사로 재원 공백 확정
연맹책임 — 진입장벽을 낮춘 대가
제 경험상 어떤 시스템이든 진입 기준을 낮추면 질보다 양이 먼저 늘어납니다. 프로축구 구단 창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출처: K리그 공식 홈페이지)은 최근 몇 년간 가입비를 낮추고 조건부 승인 방식을 도입하면서 신생 구단의 창단을 빠르게 늘려왔습니다. 그 결과 준비가 덜 된 지자체 구단들이 리그에 대거 합류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조건부 승인이란 창단 요건을 완전히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정 조건을 나중에 맞추겠다는 전제하에 참가를 허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문제는 그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연맹이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김포 FC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출처: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역시 재무 감사 보고서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외부 회계 감사 재실시를 조건으로 통과시켜 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팬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파주, 김해 등 여러 신생 구단에서 동시에 재정 문제가 터지고 있다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재정적 페어플레이(Financial Fair Play)란 구단이 실제 수입 범위 안에서만 지출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으로, 유럽 축구에서는 UEFA가 이를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우리 리그에도 유사한 규정이 있지만, 이것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제도는 형식에 불과합니다.
팀 수가 늘어난다고 리그의 질이 자동으로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연맹이 해야 할 일은 창단 허가를 남발하는 것이 아니라, 창단 이후에도 건강하게 운영되는지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것입니다. 선수들은 오라는 곳이 있어 계약했을 뿐인데,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는 건 그들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구단창단 — 만드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이 더 어렵다
국내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평균적으로 높지 않습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 자립도는 50%를 밑도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20~30%대에 불과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1년에 60억 원 이상을 프로 구단 운영에 투입하는 건 지역 예산 배분 측면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숫자가 아닙니다.
구단창단(球團創團)이란 프로 스포츠 팀을 새롭게 설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만드는 일보다 없애는 일이 훨씬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제 경험상 무언가를 시작할 때보다 끝낼 때 훨씬 더 많은 저항이 따릅니다. 구단이 창단되면 그걸 응원하기 시작한 팬들이 생기고, 그 구단을 믿고 계약한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생기고, 그 조직을 중심으로 이해관계가 얽히기 시작합니다. 전임 시장이 만든 구단을 후임 시장이 없애겠다고 하면 엄청난 정치적 역풍이 따릅니다. 그러니 애초에 창단 결정 자체를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의 논리, 즉 팀이 많을수록 좋다는 사고방식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강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FIFA 기준에 맞추려는 분위기 속에서 팀 수와 디비전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졌고, 그 논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규모에 맞지 않는 팽창은 결국 어딘가에서 터지게 돼 있습니다. 지금 파주가 그 지점 중 하나입니다.
리그를 키우는 방법은 구단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경기 한 판의 퀄리티를 높이고, 팬들이 돈을 내고 보러 올 만한 무언가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오래가는 구단, 팬들이 믿고 응원할 수 있는 구단을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파주 프런티어 선수들 급여는 실제로 안 준 건가요?
A. 구단이 공식 입장문을 통해 15억 원의 재원 공백이 발생했다고 직접 인정했습니다. 대기업 후원 미성사와 구단주 변경이 겹치면서 급여 지급에 차질이 생긴 상황입니다. 구단 측은 임원진 급여 미수령 등의 자구책을 발표했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Q. 시민구단은 세금으로만 운영되는 건가요?
A. 구단마다 구조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시민구단은 지자체 지원금이 재정의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자체 티켓 수입, 스폰서십, 굿즈 판매 등으로 수익을 보완하는 구단도 있습니다. 파주의 경우 2026 시즌 예산에서 공공 자금 비중이 약 72%에 달했고 자체 수입 목표는 10억 원에 그쳤다는 점에서 세금 의존도가 특히 높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프로축구연맹이 창단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A. 창단 이후 재정 문제가 터지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선수, 구단 직원, 그리고 팀을 응원하던 팬들입니다. 진입 기준이 낮으면 준비가 덜 된 구단이 리그에 들어오기 쉽고, 이후 문제가 생겨도 이미 이해관계가 얽혀 해산하기도 어렵습니다.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을 실질적으로 적용하고, 심사 기준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리그 전체의 신뢰도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Q. 김포 FC 횡령 사건이랑 파주 사태가 연결되는 건가요?
A. 직접 연결된 사건은 아니지만, 두 사례 모두 신생 구단의 재정 관리 문제가 드러났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포 FC는 재무 감사 보고서 문제가 있었음에도 조건부로 통과됐고, 파주는 불확실한 후원금을 전제로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이 두 사례가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불거진 건 구단 창단·운영에 대한 연맹의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결론
파주 프런티어 사태를 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구단을 만드는 결정보다 구단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결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세금으로 창단하고, 세금으로 운영하고, 재원이 부족하면 다시 세금에 손을 벌리는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건 조금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창단 심사 기준을 원칙대로 되돌려야 합니다.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을 실질적으로 적용하고,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구단에는 강등이나 제재를 분명하게 내려야 합니다. 그래야 준비된 구단만 살아남고, 그 구단들이 쌓아가는 역사를 팬들이 오래 응원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팀 수가 줄어 보여도, 그게 결국 리그 전체에 더 나은 방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