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시가 알제리전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던 날, 솔직히 저도 기대했습니다. '그렇다면 내일은 호날두 차례겠구나.' 그런데 막상 경기를 보고 나서 TV를 끄는 손이 좀 무거웠습니다. 포르투갈이 FIFA 랭킹 43위인 콩고민주공화국과 1-1로 비겼습니다. 호날두는 골을 넣지 못했고, 존재감도 기대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호날두 부진,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저는 경기 내내 호날두의 움직임을 유심히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는 볼 터치 횟수가 콩고민주공화국의 교체 선수보다도 적었습니다. 스트라이커로서 공을 받고 버텨주는 홀딩 플레이조차 거의 없었고, 상대 수비를 벌려주는 오프더볼(Off the Ball) 움직임, 즉 공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의 공간 창출 움직임에만 집중된 모습이었습니다.
오프더볼 역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가 의도적으로 오프사이드 라인 근처에 서서 상대 수비 라인을 끌어내리면, 뒤에 있는 선수들이 넓은 공간을 쓸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포르투갈은 그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75%에 달하는 점유율(볼 점유율, 즉 경기 시간 중 해당 팀이 공을 소유한 비율)에도 유효 슈팅은 단 한 번. 저는 이 숫자가 경기 전체를 설명해 준다고 봤습니다.
호날두가 여전히 대표팀에 뽑힌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그 논쟁보다는 어떻게 써야 하는가가 더 핵심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41세인 그는 왕성한 활동량을 요구하는 자리보다는 제한된 움직임으로 결정적인 한 방을 노리는 역할이 어울립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그 한 방도 없었습니다. 프란시스코 콘세이상으로부터 두 차례 슈팅 기회를 받았지만, 두 번 모두 골키퍼를 위협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경기를 포함한 주요 대회 11경기에서 호날두의 득점은 단 1골, 그것도 페널티킥이었습니다. 예선이나 소속팀 알 나스르에서의 득점력과는 확연히 다른 수치입니다(출처: The Athletic).
콩고민주공화국 선전, 단순한 이변으로 볼 수 없는 이유
콩고민주공화국의 동점골 장면을 보면서 제 경험상 이런 결과는 꽤 예측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경기 전까지는 저도 포르투갈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비 조직력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습니다.
동점골의 주인공 요안네 위사는 지난 시즌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22경기 연속 선발 제외를 당하며 사실상 잊혀진 선수였습니다. 지난여름 브렌트포드에서 5,500만 파운드에 이적했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시즌 내내 3골에 그쳤습니다. 그런 선수가 월드컵 무대에서, 그것도 포르투갈을 상대로 헤더 동점골을 터뜨렸습니다.
헤딩슛 자체도 완벽했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띈 것은 포르투갈 수비진이 코너킥 상황에서 위사를 완전히 놓쳤다는 점입니다. 세트피스(Set Piece), 즉 코너킥이나 프리킥처럼 경기가 일시 중단된 후 재개되는 상황에서의 수비 집중력 문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허점처럼 보였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이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핵심 강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장 샹셀 음벰바를 중심으로 한 견고한 수비 블록 유지
- 공격 기회가 생겼을 때 망설임 없이 전방으로 직접 연결하는 직선적 전환 플레이
-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
FIFA 랭킹 7위 포르투갈을 상대로 43위 팀이 첫 월드컵 승점을 따낸 것은,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르헨티나 격파나 세네갈의 프랑스 격파처럼 역사에 남을 이변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박수받을 결과입니다(출처: FIFA).
조별리그 전망, 포르투갈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경기가 끝나고 호날두가 선수단과 팬들에게 인사도 없이 먼저 퇴장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그 뒷모습에서 많은 것이 읽혔습니다. 실망감인지, 자존심인지. 어쩌면 둘 다였을 겁니다.
앞으로 남은 조별리그 경기에서 마르티네스 감독의 고민은 깊어질 것 같습니다. 포르투갈의 미드필더 라인, 구체적으로는 비티냐, 주앙 네베스, 브루노 페르난데스, 베르나르도 실바로 구성된 중원은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 미드필더들이 만들어낸 공간과 점유율이 최전방에서 결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피니싱(Finishing), 즉 골 결정력은 토너먼트 축구에서 점유율보다 더 직접적으로 승패를 결정합니다. 아무리 공을 오래 쥐고 있어도 마지막 터치가 흔들리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번 경기가 딱 그 사례였습니다.
저는 호날두를 당장 빼는 것이 해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90분 풀타임을 무조건 소화시키는 운용 방식은 재고가 필요해 보입니다. 후반 60분 이후, 경기 흐름에 따라 교체카드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그의 집중력을 유지시키고 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결국 이번 무승부는 포르투갈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진화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시험대였습니다. 뛰어난 개개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월드컵 우승에 닿을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경기였습니다. 남은 경기에서 마르티네스 감독이 어떤 결단을 내리는지, 저도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참고: https://www.nytimes.com/athletic/7365778/2026/06/17/cristiano-ronaldo-portugal-dr-congo-world-c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