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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보면서 "저게 뭐지?" 싶었던 순간들이 몇 번 있었습니다. 교체 선수가 느릿느릿 나가다가 갑자기 심판에게 제지당하는 장면, 골킥 하나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상황. 저도 처음엔 영문을 몰랐는데, 알고 보니 이번 2026 월드컵에서 대거 도입된 새 규정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규정들이 이번 2026-27 프리미어리그 시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취지는 분명히 좋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느냐인데, 그게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시간 끌기를 막는 카운트다운 규정,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경기 막판에 1-0으로 앞선 팀이 골킥 하나를 차는 데 30초씩 쓰는 장면, 축구 보다 보면 한 번쯤 답답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런 상황에서 채널을 돌릴까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번 규정은 바로 그 부분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새 규정에 따르면, 골킥이나 스로인 상황에서 선수가 불필요하게 시간을 끈다고 심판이 판단하면 호루라기를 불어 5초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인플레이(In-Play)란 공이 경기 중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반대로 공이 라인 밖에 있거나 경기가 멈춘 상태는 데드볼(Dead Ball)이라고 부르는데, 그동안은 이 데드볼 구간이 시간 낭비의 온상이었습니다.
이 카운트다운이 끝나도 재개를 안 하면 상대 팀에 공이 넘어갑니다. 또 골키퍼가 골킥을 너무 질질 끌면 이제 상대에게 코너킥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인플레이 시간 비율은 56.86%에 불과했는데, 2026 월드컵에서는 60.43%까지 올라갔습니다(출처: BBC Sport). 숫자만 보면 분명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월드컵을 보면서 느낀 건, "5초를 언제부터 세느냐"가 생각보다 애매하다는 겁니다. 장거리 스로인(Long Throw-In)처럼 준비 동작이 필요한 경우에는 카운트다운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세트피스 루틴으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경계선이 어디냐는 여전히 심판의 주관에 달려 있어서, 기준이 들쭉날쭉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교체 규정이 바뀌었다 — 느릿느릿 퇴장하면 팀이 10명
이번 시즌에서 가장 황당한 상황이 연출될 규정을 꼽으라면 단연 이겁니다. 교체 선수는 가장 가까운 라인으로 10초 안에 경기장을 벗어나야 합니다. 이걸 어기면 새로 들어오는 선수가 최소 1분간 투입되지 못하고, 팀은 그동안 10명으로 뛰어야 합니다.
카라바오컵 1라운드에서 미들즈브러의 윌 랭크시어가 딱 이 상황에 걸렸습니다. 자신의 골로 팀이 앞선 상황에서 팬들에게 박수를 치며 천천히 걸어 나갔고, 결국 교체 선수인 핀 카트라이트는 즉시 투입 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랭크시어 본인도 경기 후 "몰랐어요"라고 했는데, 솔직히 그 반응이 이해는 됩니다. 저도 월드컵에서 비슷한 장면을 보면서 처음엔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거든요.
교체된 선수가 부상을 입었거나 보안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됩니다. 하지만 골을 넣고 흥분해서 팬들과 교감하다가 늦게 나가는 상황은 예외가 아닙니다. 이 규정의 취지는 분명히 이해가 됩니다. 지금까지 이 교체 장면이 얼마나 노골적인 시간 낭비였는지는 팬이라면 다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시즌 초반에 이런 상황이 여러 팀에서 연속으로 터질 가능성, 제 경험상 꽤 높아 보입니다.
- 교체 대상 선수는 가장 가까운 라인으로 10초 이내 퇴장 의무
- 위반 시 교체 투입 선수는 최소 1분간 대기, 팀은 10명으로 경기 진행
- 다음 경기 중단 시점(휴식)까지 교체 선수 투입 불가
- 부상·보안 문제 등 일부 예외 상황에는 적용 제외
부상 시간 연장과 골키퍼 전술 타임아웃 근절
일반적으로 부상 선수가 치료를 받으면 30초 정도 기다렸다가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그 제한 시간이 1분으로 늘어납니다. 그리고 단순히 시간이 늘어난 게 아니라 규정 자체가 더 엄격해졌습니다.
선수가 치료를 직접 요청하지 않았더라도,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게 만드는 행동을 했다면 해당 선수는 강제로 퇴장 처리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의도적으로 경기 흐름을 끊으려는 행동"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상대가 역습을 치고 올라오는 순간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 누구나 한 번쯤 못마땅하게 봤던 바로 그 장면입니다.
다만 선수가 쓰러진 뒤 공이 자연스럽게 라인 밖으로 나간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 반칙을 당한 선수에게 상대가 옐로카드나 레드카드를 받은 상황이라면, 부상 선수는 밖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이건 합리적인 예외라고 봅니다.
골키퍼 전술 타임아웃(Tactical Timeout) 문제도 이번에 손질되었습니다. 여기서 전술 타임아웃이란 골키퍼가 잔디에 앉아 피지컬 트레이너를 부르고, 다른 선수들이 기술 구역으로 뛰어가 감독 지시를 받는 일종의 편법 작전 회의를 말합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꽤 유용한 전술이었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노골적인 꼼수였습니다.
이제 골키퍼가 치료를 요청하면, 감독이 지정한 필드 플레이어 한 명이 함께 1분간 경기장을 떠나야 합니다. 대기심에게 누가 나가는지를 10초 안에 알려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주장이 자동으로 퇴장 대상이 됩니다. 팀 전체가 한 명 빠진 상태로 1분을 버텨야 하니, 이제 이 전술은 득 보다 실이 훨씬 큽니다(출처: IFAB(국제축구평의회)).
VAR 적용 범위 확대, 그래도 불안한 이유
VAR(Video Assistant Referee), 즉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이번 시즌에도 몇 가지 새로운 적용 범위가 추가되었습니다. VAR이란 경기 중 심판의 오판을 영상으로 검토해 바로잡는 시스템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2019-20 시즌부터 본격 운영 중입니다.
이번에 추가된 부분 중 하나는 두 번째 옐로카드 확인입니다. 선수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상황에서 VAR이 그 두 번째 경고가 정당했는지를 검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 이때 "명백한 오류"가 있어야만 개입이 가능합니다.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에 단순히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VAR이 끼어들 수 없습니다.
또 하나는 세트피스(Set Piece) 직전 파울입니다. 세트피스란 코너킥, 프리킥, 스로인처럼 경기가 중단된 뒤 재개되는 상황을 통칭하는 용어인데, 이제 세트피스 직전에 발생한 파울이 득점이나 페널티킥으로 이어질 경우 VAR 검토가 가능해졌습니다.
반면 월드컵에서 도입되었던 일부 VAR 확대 항목은 이번 프리미어리그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잘못된 코너킥이나 선수가 충돌 상황에서 입을 가리는 행위에 대한 레드카드 등은 이번 시즌에 빠졌습니다. 제 생각에 이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월드컵 때 시뮬레이션(Simulation), 즉 넘어지는 척하는 행위에 VAR이 개입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IFAB 쪽에서 그건 규정의 올바른 적용이 아니라고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직접 월드컵을 보면서 느낀 건, VAR 자체보다 "언제 개입하고 언제 안 하는지"의 기준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규정이 아무리 정교해도 적용하는 심판이 일관성이 없으면 결국 또 다른 논란만 생깁니다. 이번 시즌도 VAR 판정을 둘러싼 논쟁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골킥 5초 카운트다운은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A.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간 뒤 심판이 고의적인 지연이 있다고 판단하면 호루라기를 불어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단, 장거리 스로인처럼 준비 동작이 필요한 세트피스는 예외로 인정됩니다. 다만 "언제부터"를 판단하는 기준이 심판 재량에 달려 있어 경기마다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변수입니다.
Q. 교체 선수가 느리게 나가면 팀이 정말 10명으로 뛰어야 하나요?
A. 맞습니다. 교체 대상 선수가 10초 안에 가장 가까운 라인으로 나가지 않으면, 투입 예정이던 교체 선수는 다음 경기 중단 시점까지 들어올 수 없습니다. 카라바오컵 1라운드에서 이미 실제 사례가 나왔을 만큼, 시즌 초반에는 이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골키퍼 전술 타임아웃이 완전히 금지된 건가요?
A. 완전히 금지된 건 아니지만 대가가 생겼습니다. 골키퍼가 치료를 요청하면 감독이 지정한 필드 플레이어 1명이 함께 1분간 나가 있어야 합니다. 사실상 팀이 10명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작전 회의용으로 활용하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Q. VAR은 이번 시즌에 어떤 부분이 새로 추가되었나요?
A. 두 번째 옐로카드로 인한 퇴장 상황 검토와 세트피스 직전 파울이 득점·페널티킥으로 이어진 경우에 대한 VAR 검토가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다만 두 경우 모두 명백한 오류가 있어야만 개입이 가능하고, 단순한 판단 차이로는 VAR이 끼어들 수 없습니다.
결론
이번 2026-27 프리미어리그의 규정 변화는 방향 자체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월드컵에서 인플레이 시간이 늘어난 건 숫자로도 확인이 되었고, 시간 끌기 행위가 줄면 경기 자체가 더 살아있는 느낌을 줍니다. 요즘 젊은 팬들이 2시간짜리 경기를 지루해한다는 말도 틀리지 않고, 피케가 만든 킹스 리그처럼 전혀 다른 포맷의 대회가 호평을 받는 것도 그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규정들은 도입 초반에 가장 시끄럽습니다. 심판마다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고, 선수들은 적응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이번 시즌, 새 규정 자체만큼이나 "심판들이 얼마나 일관성 있게 적용하느냐"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어떤 팀이 가장 먼저 적응하고, 어떤 팀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지, 그것도 나름의 볼거리입니다.
참고: https://www.bbc.com/sport/football/articles/ce85pje4gyq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