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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WK리그 경기를 보다가 지소연 선수가 격하게 항의하는 장면을 봤을 때, 처음엔 단순한 판정 불만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내막을 들여다보니 심판이 선수를 향해 모욕적인 표현을 썼다는 얘기였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고등학교 대회에서의 승부조작 시도까지 줄줄이 터져 나왔습니다. 파도를 타듯 계속 나오는 한국 축구 심판 비리, 어디까지인지 제가 직접 들여다봤습니다.


지소연 사건과 심판의 해명 — 팩트부터 짚겠습니다
WK리그 경기 중 심판이 지소연 선수를 향해 이른바 '걸스데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 표현은 여성 선수를 비하하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져 스포츠 현장에서의 성차별적 언행 문제로 번졌습니다. 제가 처음 이 기사를 접했을 때 한 매체만 단독으로 쓴 건가 싶어서 직접 검색을 해봤는데, MBC를 비롯한 여러 언론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실제로 있었던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더 황당했던 건 이후의 대응이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KFA) 심판위원회 대행 측이 구단을 방문했는데, 사과 대신 내놓은 해명이 "지소연 선수만을 향한 표현이 아니라 그라운드의 선수 전체를 향한 것이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서 심판위원회 대행이란 심판의 운영과 징계를 총괄하는 권한을 임시로 위임받은 직책을 의미합니다. 그 자리에서 나와야 할 말이 "전체에게 했으니 한 명에게 한 건 아니다"라는 논리라면, 오히려 피해 규모가 더 커지는 것 아닙니까.
지소연 선수 본인도 인터뷰에서 "사과를 하러 오셨다고 해서 만났는데, 사과를 받았다고 말하긴 어렵다"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사과를 받으러 갔던 자리에서 당사자가 사과를 못 받았다고 느꼈다면, 그건 해명이 아니라 2차 가해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발언이 어떻게 해명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그 사고 체계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KFA 심판 운영팀은 이후 현직 심판 전원에게 단체 문자를 보냈습니다. "축구 심판으로서의 품위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언행에 더욱 신중을 기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품위 유지를 당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작 문제를 일으킨 해당 심판에 대한 징계 절차가 먼저 명확하게 이뤄져야 그 메시지에 무게가 실립니다. 말보다 행동이 더 강한 신호를 보내는 법입니다.
- 심판의 '걸스데이' 발언 → 성차별적 언행으로 논란 확산
- 심판위원회 대행의 해명: "특정 선수가 아닌 전체 선수를 향한 것" → 지소연 선수 본인이 사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직접 언급
- KFA 심판 운영팀, 현직 심판 전원에게 언행 주의 단체 문자 발송 → 징계 절차보다 앞선 조치에 실효성 의문
- 징계 절차는 공정위에 이관된 상태, 구체적 수위는 아직 미확정
고등 대회 승부조작 시도 — 이건 스포츠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7월, 경북 일대에서 열린 고등학교 축구 대회에서 K리그2 소속 주심이 해당 대회를 담당하는 아마추어 심판에게 특정 팀에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고 청탁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여기서 승부조작(match fixing)이란 경기 결과를 사전에 정해진 방향으로 유도하는 행위로, 스포츠 공정성의 가장 근본을 훼손하는 범죄에 해당합니다. 제가 처음 이 내용을 들었을 때 솔직히 두 번 놀랐습니다. 승부조작 시도 자체에 한 번, 그게 고등학교 입시 대회였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이 대회는 단순한 지역 친선 경기가 아니라 대학 입시에 직접 반영되는 대회였습니다. 입시 반영 대회란 체육 특기생 전형 등에서 선수의 성적 자료로 활용되는 공인 대회를 의미합니다. 저도 수험생 시절 입시 스트레스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직접 경험해 봤기 때문에, 이 맥락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공부로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도 입시는 인생을 건 싸움인데, 운동으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무대에서 누군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판정을 조작하려 했다는 건, 학생 선수들의 꿈을 노리개로 삼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청탁을 한 심판은 특정 팀과 사업적으로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팀의 성적이 올라갈수록 본인의 비즈니스 이익과 연결되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K리그1과 K리그 2 경기에서 주심으로 활동해 온 이력이 있는 심판이 이런 판단을 했다는 사실이 제겐 더 낯설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사람은 가볍게 생각했을 겁니다. "그냥 좀 잘 봐줘" 정도의 감각으로요. 그게 더 무섭습니다. 중대한 잘못을 잘못인 줄 모르는 문화가 조직 안에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청탁을 받은 아마추어 심판이 이를 즉각 신고했고, 사안은 KFA 공정위에 보고됐습니다(출처: 대한축구협회 KFA). 청탁을 거부하고 신고하는 데는 분명 부담이 따릅니다. 조직 안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선배 심판에게 찍힐 수 있다는 걱정 등을 감수하고도 신고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저는 그 심판의 결정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런 선택이 쌓여야 한국 축구가 조금씩 바뀔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심판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없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과거 승부조작 사범을 기습 사면하면서 여론의 거센 반발을 샀고, 그 여파로 리더십 신뢰가 크게 흔들린 바 있습니다. 스포츠 공정성(sporting integrity)이란 경기 결과가 오직 선수의 실력과 노력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신뢰를 의미하며, 이 신뢰가 무너지면 스포츠 산업 전체가 흔들립니다. FIFA 역시 스포츠 무결성 보호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FIFA Integrity). 제 경험상, 구조적인 문제는 개인 징계 한 번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심판 선발 기준과 이해충돌 방지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소연 선수 심판 발언 논란, 결국 사과는 받은 건가요?
A. 지소연 선수 본인이 인터뷰에서 "사과를 받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심판위원회 대행 측은 방문은 했지만, "그라운드 전체 선수를 향한 표현이었다"는 해명을 내놓는 데 그쳤습니다. 사과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고, 저도 그 해명이 어떻게 사과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Q. 고등 대회 승부조작 시도한 심판은 징계를 받았나요?
A. 사안은 KFA 공정위에 보고됐고,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취재 진행 중인 상태로,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징계 내용이 명확해지는 대로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Q.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고등 축구 대회는 어떤 기준으로 운영되나요?
A. 체육 특기생 전형에서는 공인된 대회의 성적이 입학 자료로 활용됩니다. 이 때문에 해당 대회에서의 결과는 선수의 진학 경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비리가 아니라 학생 선수의 미래를 건드린 문제라고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Q. KFA가 심판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낸 건 실효성이 있을까요?
A. 의도는 이해하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저도 그 입장에 더 가깝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에게 강단 있는 징계가 먼저 이뤄져야, 나머지 심판들에게 '이런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실질적 신호가 전달됩니다. 말로 전하는 주의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기준이 조직 문화를 바꾸는 데 훨씬 강력합니다.
결론
제가 이 두 사건을 연이어 들여다보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이건 축구 문제가 아니라 사람 문제라는 것입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해명이 해명처럼 느껴지지 않고, 청탁을 가볍게 여기는 문화가 조직 안에 남아 있는 한, 규정이나 문자 한 통으로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청탁을 받은 심판이 신고를 선택했다는 사실입니다. 그 선택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한국 축구가 이런 용기 있는 선택들이 조금씩 더 많아지는 방향으로 가길, 그리고 그 선택이 불이익이 아닌 당연한 결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징계 수위 확인과 이후 제도 개선 여부는 계속 지켜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