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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34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지난 32강 체제였다면 본선 무대조차 밟지 못하는 성적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저는 한동안 TV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4년을 기다린 시간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진다는 게, 솔직히 말이 되지 않았습니다.
홍명보 사퇴, 90초짜리 기자회견이 남긴 것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조별 리그 탈락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약 100초간 입장문을 읽은 뒤 자리를 떴습니다.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퇴장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고, 그 모습은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졌습니다.
기자회견은 사실 박항서 감독의 사과 발언으로 시작됐습니다. 제가 그 장면을 보면서 든 첫 생각은, 나이도 있고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분을 앞세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박항서 감독의 발언에는 진정성이 느껴졌던 반면, 이어진 홍명보 감독의 입장문은 달랐습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습니다. 왜 특정 선수를 선발에서 뺐는지, 왜 전술 변화를 주지 않았는지, 그런 이야기는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감독이 성적으로 평가받는 자리라는 건 압니다. 결과가 나쁘면 물러나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고도 생각합니다. 다만 책임을 진다는 말이 진짜 무게를 가지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4년을 기다린 팬들에게, 그리고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었을 수도 있는 선수들에게 그 설명은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피파랭킹도 32위로 급락했습니다(출처: FIFA 공식 랭킹). 저는 우리 아이 앞에서 이번 월드컵 경기를 틀어주기가 부끄러웠습니다. 솔직히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전술 실패, 상대는 답을 알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저를 가장 충격에 빠뜨린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요르단전 선발 라인업 기준으로 양 팀의 이적 시장 가치, 즉 선수들의 시장 이적료를 합산한 팀 전력 지표가 무려 다섯 배 차이였다는 사실입니다. 두 배도 아니고 다섯 배입니다. 그런데 경기 내용과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여기서 핵심 문제는 빌드업(build-up)이었습니다. 빌드업이란 골키퍼와 수비수가 볼을 점유하면서 천천히 전진하는 공격 전개 방식을 말합니다. 상대 요르단 감독은 경기 전부터 "한국은 이강인에게 공을 몰아주는 것 외에 별다른 패턴이 없더라"라고 공언했고, 실제로 경기에서 투 툴 마킹, 즉 두 명이 한 선수에게 밀착 수비하는 방식으로 이강인을 묶어버렸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이미 멕시코 감독도 우리를 분석했다는 얘기를 듣고 저는 기가 막혔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같은 방식으로 당한 겁니다.
쓰리백(3-back) 포메이션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쓰리백이 나쁜 전술은 아닙니다. 쓰리백이란 수비 라인에 세 명의 수비수를 배치하는 포메이션으로,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일본 역시 같은 구조를 사용했습니다. 차이는 운영 방식이었습니다. 일본의 쓰리백은 상황에 따라 수비수가 측면으로 올라가 공격에 가담하는 유동적인 구조였지만, 우리의 쓰리백은 세 명이 그냥 뒤에 고정되어 있는 구식에 가까웠습니다.
윙백(wing-back)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는 포메이션에서 우리는 그 포지션이 가장 약했습니다. 윙백이란 쓰리백에서 양 측면을 담당하는 선수로, 수비와 공격을 모두 소화해야 합니다. 약점인 포지션을 중심으로 전술을 짰으니 경기 내내 미드필더 숫자가 부족했고, 공격은 결국 개인 능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아공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1대 0으로 뒤진 상황에서도 왜 공격적으로 전환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저는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 이강인 집중 마킹 — 멕시코, 요르단 두 팀이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
- 쓰리백 운영 — 윙백 약점 포지션에 가장 부담이 큰 포메이션 선택
- 전술 무변화 — 감독 스스로 "세 경기 모두 같은 방식으로 싸웠다"고 인정
- 유기적 팀플레이 부재 — 조직적 연계 없이 개인 능력에만 의존
축구협회,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반복된다
감독 한 명이 바뀐다고 한국 축구가 달라질 거라는 기대, 저는 솔직히 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월드컵 참패의 직접 원인은 감독에게 있지만, 그 감독을 선임하고 지원한 것은 대한축구협회였기 때문입니다.
정몽규 회장은 무려 4선 회장입니다. 가장 최근 선거에서는 86%의 찬성을 얻었는데, 당시 여론과는 정반대의 결과였습니다. 이 선거는 약 200명 안팎의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집니다(출처: 대한축구협회). 200명이 한국 축구 전체의 민의를 대표할 수 있는가, 저는 그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시도 축구협회장이나 각 연맹 간부들은 당연직으로 선거인단에 포함됩니다. 이들을 월드컵 현장 방문 같은 행사에 수억 원을 들여 데려가는 관행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K리그 심판 운영 전체 예산이 연간 9억 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예산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심판 자질 문제는 팬들이 오래전부터 지적해 온 사안인데, 정작 그 예산보다 조직 관리에 더 많은 돈이 쓰인다면 우선순위가 뒤집혀 있는 겁니다.
일본 축구가 이번 대회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건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한 명의 공이 아닙니다. 30년 가까이 한 방향으로 유소년 육성과 전술 철학을 쌓아온 결과입니다. 90년대만 해도 일본에게 야구나 열심히 하라고 했던 우리가, 지금은 K리그조차 J리그에 밀리는 현실이 됐습니다. 제가 경험상 느낀 건, 이 차이는 감독 한 명의 차이가 아니라는 겁니다. 경쟁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구조, 소수에게만 잘 보이면 되는 구조가 30년 동안 누적된 결과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홍명보 감독은 왜 사퇴했나요?
A.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조별 리그를 탈락하며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자, 대국민 여론과 압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대회 직후 약 100초간 입장문을 낭독하는 방식으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체적인 반성이나 전술적 설명은 없어 팬들의 아쉬움을 샀습니다.
Q. 이번 월드컵에서 쓰리백 전술이 왜 문제가 됐나요?
A. 쓰리백 자체가 나쁜 전술은 아닙니다. 문제는 쓰리백이 잘 작동하려면 양 측면 윙백의 활동량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 대표팀은 그 포지션이 약점이었습니다. 약점 포지션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포메이션을 선택한 셈이고, 결과적으로 팀 전체가 후방에 내려앉아 개인기 의존 축구가 반복됐습니다.
Q.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A. 현재는 약 200명 안팎의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간접선거 방식입니다. 시도 축구협회장, 각 연맹 간부 등은 당연직으로 포함되고, 나머지는 추첨으로 구성됩니다. 이 구조가 소수의 내부 결속으로 결과가 결정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Q. 일본 축구는 왜 이렇게 강해진 건가요?
A. 단기간의 성과가 아닙니다. 30년 가까이 유소년 육성 시스템과 전술 철학을 한 방향으로 쌓아온 결과입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8년 이상 팀을 이끌며 그 기반 위에서 완성도를 높였고, 이번 대회에서 그 성과가 드러난 것입니다. 감독 한 명이 아니라 협회 전체가 오랫동안 같은 방향을 보고 움직인 차이입니다.
Q. 다음 대표팀 감독은 누가 될까요?
A. 아직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국적보다는 전술 능력과 선수 관리 모두를 갖춘 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당장 아시안컵 일정도 남아 있어 빠른 선임이 필요하지만, 조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선임 과정의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결론
홍명보 감독의 사퇴로 이번 월드컵은 일단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하며 느낀 건, 이번 실패가 감독 한 명의 문제로 끝나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술 구성, 선수 기용, 선임 과정, 협회 운영까지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문제가 쌓인 결과였습니다. 차기 감독 선임과 함께 협회 구조 개선 논의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4년 뒤 같은 장면이 반복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한국 축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손흥민과 이강인과 김민재를 동시에 보유한 세대가 지금입니다. 이 자원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게 이번 참패가 남긴 숙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