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조 추첨 결과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속으로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덴마크를 꺾고 올라온 체코보다는 덴마크를 만나는 게 더 두렵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막상 최근 체코 경기 영상을 찾아보고 나서는 그 안도감이 슬슬 걱정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한국과 체코의 첫 맞대결을 앞두고 제가 느낀 불안과 그 해법을 공유합니다.
2002년의 기억과 달라진 체코, 그러나 여전히 무서운 이유
솔직히 저는 처음에 체코를 좀 만만하게 봤습니다. 2002년 월드컵 전 평가전에서 우리가 0대5로 완패했던 그 체코는 네드베드, 로시츠키 같은 진짜 월드클래스가 즐비한 시대였고, 지금의 체코는 그때와 분명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맞대결에서 우리가 2대1로 이기기도 했고요.
그런데 체코의 최근 경기를 직접 보고 나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제가 확인한 경기에서 체코는 4골을 넣었는데, 그 네 골이 모두 세트피스(set piece)에서 나왔습니다. 세트피스란 코너킥, 프리킥, 페널티킥, 스로인처럼 경기가 멈춘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상황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실제로 체코 대표팀의 세트피스 득점 비율은 전체 득점의 30%를 넘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이번 월드컵 참가팀 중 상위권 수준입니다.
거기에 팀 평균 신장이 186cm이고, 선발진만 추리면 190cm에 육박합니다. 피지컬에서 나오는 공중볼 장악력이 이 팀의 가장 큰 무기라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제가 체코를 너무 쉽게 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코의 전술 패턴, 미드필드 압박부터 크로스까지
체코의 공격 구조는 꽤 간결하지만 그만큼 위협적입니다. 미드필드에서 강한 전방 압박(pressing)으로 볼을 빼앗은 뒤, 측면으로 빠르게 전개해 크로스를 올리고 헤딩으로 마무리하는 흐름입니다. 여기서 전방 압박이란 상대 빌드업 단계부터 높은 위치에서 집단적으로 달려들어 볼을 빼앗으려는 수비 전술을 말합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소우체크 선수가 있습니다. 오른쪽에서 시작되는 체코의 공격 루트가 대부분 그를 거치고, 그의 오른발 프리킥 퀄리티도 상당합니다. 여기에 왼쪽의 파벨추 선수 역시 왼발 킥 정확도가 높아, 위험 지역 근처에서 파울을 내줄 경우 곧바로 헤딩 득점 찬스로 이어집니다.
제가 경기 영상을 보면서 특히 신경 쓰인 부분은 체코의 공수 전환 속도였습니다. 피지컬이 강한 팀은 전환이 느릴 거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지만, 실제로는 공격에서 수비로 돌아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우리가 윙백을 높이 올려 공격을 시도했다가 볼을 내줄 경우, 수비에 남는 숫자가 서너 명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카운터 어택(counter attack), 즉 상대의 공격 빈틈을 역이용해 빠르게 역습을 치는 방식으로 우리를 흔들어 올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체코를 상대할 때 우리가 조심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위험 지역에서의 파울 금지: 소우체크, 파벨추의 프리킥과 190cm대 선수들의 헤딩 조합은 한 방으로 경기를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 코너킥 상황 집중 관리: 선발 기준 평균 신장이 190cm에 달하는 팀을 상대로 높이 싸움은 불리합니다.
- 역습 허용 최소화: 윙백이 올라간 사이 발생하는 뒷공간을 체코가 노릴 가능성이 큽니다.
고지대 적응 전략, 체코와 우리의 선택이 갈린다
이번 A조 경기가 열리는 과달라하라는 해발 1,500m가 넘는 고지대입니다. 고지대에서는 산소 분압(partial pressure of oxygen)이 낮아 근육에 산소 공급이 줄어들고, 이는 선수들의 체력 저하와 심폐 부담으로 직결됩니다. 산소 분압이란 공기 중 산소가 차지하는 압력 비율로, 고도가 높아질수록 낮아져 같은 호흡량으로도 흡수할 수 있는 산소량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 대표팀은 레알 솔트레이크라는 고지대 훈련지에서 트리니다드 토바고, 엘살바도르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르며 몸을 미리 적응시켰습니다. 고도 적응에는 통상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충분히 머문 팀이 경기 중 산소 활용 효율에서 확실한 이점을 가져갑니다(출처: 대한축구협회).
반면 체코는 완전히 다른 전략을 택했습니다. 고지대에 오래 머물수록 산소 포화도가 오히려 더 떨어지기 때문에, 경기 직전에 들어와서 짧게 머물고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데미지를 최소화하려는 것입니다. 이른바 '짧은 체류 전략'인데, 이 방식이 실제로 효과적인지는 경기를 통해 검증될 부분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리 적응 훈련을 마친 우리 쪽이 후반 체력전에서 확실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우리 대표팀의 평가전 경기력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은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한국의 공략 포인트, 측면 전쟁과 황인범·이강인의 역할
체코를 상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볼 점유율(ball possession)을 높이는 것입니다. 볼 점유율이란 경기 중 한 팀이 볼을 소유한 시간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상대방이 세트피스를 만들 기회가 줄어듭니다. 체코가 압박으로 볼을 빼앗아야 세트피스 득점 루트가 열리는 만큼, 우리가 볼을 지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체코의 핵심 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체코가 수비 시 파이브백(five-back)으로 전환하면 중앙이 좁혀지면서 측면 공간이 열립니다. 파이브백이란 수비 시 5명의 수비수가 가로로 늘어서는 포메이션으로, 중앙을 단단히 막는 대신 측면이 상대적으로 비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순간 황인범의 전진 패스나 이강인의 탈압박 능력이 얼마나 발휘되느냐가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것입니다.
특히 이강인 선수는 체코 수비 사이의 스루 패스 투입에 적합한 선수입니다. 체코의 왼쪽 수비가 골키퍼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평가전에서 포착됐는데, 공격수가 수비와 골키퍼 사이 공간으로 침투하는 방식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왼쪽 윙백 설영우 선수와 체코의 소우체크가 분데스리가 동료인 만큼, 이 구도에서 펼쳐지는 사이드 싸움이 경기의 향방을 가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월드컵 조별 리그 첫 경기 승자가 16강에 진출하는 비율은 약 70%를 넘습니다(출처: FIFA). 첫 경기 승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수치로도 확인이 됩니다. 우리나라 역시 첫 경기 패배 이후 토너먼트에 진출한 전례가 없는 만큼, 체코전은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정리하면, 체코전에서 한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명확합니다. 위험 지역 파울을 최소화하고, 볼 점유를 통해 세트피스 기회를 줄이고, 측면 전쟁에서 설영우가 소우체크를 봉쇄하면서 이강인과 황인범이 공격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고지대 적응이라는 유리한 카드도 있습니다. 제가 2002년 0대5 완패를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가져봅니다. 알면 알수록 무섭지만, 그렇기에 준비된 팀이 이기는 경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