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 경기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 적 없으신가요? "저 수비수, 왜 저기 있지?" 저도 처음 풀백이 중앙으로 파고드는 장면을 봤을 때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예전에 제가 축구를 접했을 때만 해도 풀백은 그냥 측면을 지키는 수비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공식이 완전히 깨져 있었습니다. 현대 축구에서 풀백은 지금 어디까지 변했을까요?
인버티드 풀백, 수비수인가 미드필더인가
풀백 포지션을 이야기할 때 요즘 가장 먼저 나오는 개념이 인버티드 풀백(Inverted Full-back)입니다. 여기서 인버티드 풀백이란 수비 시에는 일반 풀백처럼 측면을 지키다가, 공격 전환 시에는 중앙 미드필드 지역으로 좁혀 들어와 빌드업에 가담하는 역할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수비수의 몸에 미드필더의 역할을 얹어놓은 포지션입니다.
저는 이 전술을 처음 제대로 이해했을 때 "아, 이게 그래서 저렇게 배치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선수가 위치를 잘못 잡은 게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움직임이었던 겁니다.
이 전술의 핵심 이점은 빌드업(Build-up) 과정에서의 수적 우위 확보입니다. 빌드업이란 수비 진영에서부터 조직적으로 공을 전진시켜 공격 기회를 만드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풀백이 중앙으로 들어오면 상대 입장에서는 압박 대상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윙어가 사용할 측면 공간이 열립니다. 공격 폭발력이 배가되는 구조입니다.
이 흐름을 주도한 인물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를 거치면서 그는 풀백이라는 포지션의 개념 자체를 다시 썼습니다. 맨시티에서는 올렉산드르 진첸코처럼 원래 미드필더 출신인 선수를 풀백으로 기용하거나, 존 스톤스 같은 센터백을 인버티드 풀백으로 세우기도 했습니다. 2024/25 시즌 프리미어 리그 초반 7경기 동안 맨시티 풀백의 평균 터치 위치 간 거리는 35.7m로, 리그 평균 44.5m보다 훨씬 좁았습니다. 선수들이 얼마나 안쪽으로 모여서 뛰었는지 수치로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인버티드 풀백 전술의 핵심 장단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빌드업 과정에서 중원 수적 우위 확보
- 윙어에게 측면 공간 제공, 공격 다양화
- 수비 전환 시 측면 공간 취약 가능성
- 풀백에게 요구되는 기술적·전술적 이해도 대폭 상승
문제는 이 전술이 아무 선수나 소화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좁은 중앙 공간에서 압박을 견디며 정확하게 공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하고, 수비 전환 시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팀들이 왜 풀백 영입에 그토록 공을 들이는지 이해가 됩니다.
전술 변화와 오버래핑 풀백의 귀환
그렇다면 인버티드 풀백만이 답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2024/25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오픈 플레이 크로스 횟수가 전 시즌 대비 3.6% 증가하며 약 9,300회에 달했습니다. 이 수치는 인버티드 윙어의 인기가 줄고 전통적인 윙어가 다시 선호되는 흐름과 맞물려 있습니다(출처: The Football Freak).
전통적인 윙어가 측면 폭을 담당하면, 풀백은 오버래핑(Overlapping)에 집중할 여건이 줄어듭니다. 여기서 오버래핑이란 풀백이 윙어보다 앞으로 치고 나가 측면 공간을 활용하는 전술적 움직임을 뜻합니다. 반대로 언더래핑(Underlapping)은 풀백이 윙어 안쪽, 즉 중앙 방향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입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구사하는 선수가 있었는데, 바로 본머스의 밀로스 케르케즈입니다.
케르케즈는 2024/25 시즌에 오버래핑과 언더래핑을 각각 100회 이상 기록했습니다. 132개의 크로스를 올리며 5개의 어시스트를 작성했는데, 제가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풀백 한 명이 시즌 내내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측면을 공략한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크로스 성공률 면에서도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습니다. 풀럼의 안토니 로빈슨은 시즌 동안 170개의 크로스를 시도해 42개를 성공시켰고, 10개의 어시스트로 마무리했습니다. 에버튼의 비탈리 미콜렌코는 97개의 크로스 중 29%를 성공시켜 상위 5명 중 가장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많이 올리는 것보다 정확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스리백과 파이브백 포메이션의 사용 빈도도 이 흐름과 연결됩니다. 포메이션이란 팀이 경기 중 수비와 공격 국면에서 취하는 선수 배치 구조를 말합니다. 2020/21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전체 경기의 30%에 스리백 포메이션이 등장했지만, 2024/25 시즌에는 17%로 줄었고 포백이 83%를 차지했습니다(출처: Premier League). 포백 체제에서 인버티드 풀백을 활용하면, 수비 시에는 4인 수비 대형을 유지하면서 공격 시에는 스리백과 유사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즉, 세 번째 센터백 자리에 공격적인 선수를 한 명 더 쓰는 효과를 내는 셈입니다.
제가 만약 과거로 돌아가 축구를 다시 한다면 풀백 포지션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체력과 활동량에는 자신이 있었고, 지금처럼 전술적으로 핵심 역할을 맡는 포지션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축구 현실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데, 감독과 선수 간의 전술적 이해도, 특히 풀백 활용에 대한 공유가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풀백은 수비수라는 이유로 공격수보다 몸값이 낮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는데, 팀에서 이렇게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포지션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현대 축구에서 풀백은 측면을 지키는 수비수라는 정의로는 더 이상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수비, 빌드업, 크로스, 중원 가담까지 소화해야 하는 포지션으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어떤 팀이든 좋은 풀백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경기를 볼 때 풀백의 움직임을 한 번 더 눈여겨보시면, 경기 전체의 흐름이 전혀 다르게 읽힐 겁니다. 그 포지션 하나가 팀의 색깔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thefootballfreak.com/the-evolution-of-the-fullback-position-in-foot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