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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북중미 월드컵 F조 네덜란드 vs 일본 경기리뷰 (미들블록, 피지컬, 세트피스)

by dlehgus12 2026. 6. 15.

2026북중미 월드컵 네덜란드 VS 일본 경기리뷰
네덜란드 VS 일본

 

솔직히 이 경기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2-2 무승부라는 결과도 그렇지만, 경기 내내 두 팀이 서로를 얼마나 경계했는지가 화면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네덜란드가 일본을 이렇게까지 두려워할 줄은 몰랐거든요. 저도 처음엔 네덜란드가 여유 있게 가져가는 경기가 될 거라 봤는데, 전반전부터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서로 눈치만 본 전반전, 미들블록의 함정

 

제가 경기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이렇게 답답하지?"였습니다. 전반전은 양 팀 모두 공격 숫자를 최대한 아끼면서 상대의 역습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는 기조로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5-4-1 대형, 즉 다섯 명의 수비 라인 앞에 네 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수비 블록을 유지했습니다.

여기서 미들블록이란 자기 진영 중간 지점에 수비 라인을 형성해 상대의 침투 패스를 차단하고 역습을 노리는 전술을 의미합니다. 일본이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을 잡을 때도 이 패턴을 주로 썼습니다. 강팀이 먼저 볼을 잡으면 수비로 대기하다가 볼을 빼앗는 순간 빠르게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 네덜란드 입장에서는 섣불리 올라갔다가 역습을 허용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네덜란드 역시 쿠만 감독 특유의 소극적인 운영 방식으로, 둠프리스와 판 더 펜 두 윙백을 뒤에 남겨두는 4백 유지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일본이 볼을 잡아도 네덜란드는 압박을 걸러 나가지 않고 5-4-1 블록을 내려 세워 기다렸습니다. 결국 두 팀 모두 상대 진영 깊숙이 들어가는 것을 서로 포기한 채 전반이 흘러갔습니다. 70분까지 점유율이 7대 3으로 네덜란드 우위였지만, 실제 득점 위협은 거의 세트피스에서만 나왔습니다.

이 경기에서 네덜란드의 오픈 플레이 기반 골 기대값(xG)이 일본보다 낮았다는 점이 그걸 잘 보여줍니다. 여기서 골 기대값(xG, expected Goals)이란 슈팅 상황의 위치, 각도, 상황 등을 종합해 해당 슈팅이 골이 될 확률을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네덜란드는 세트피스에서 0.5의 xG를 기록한 반면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는 일본에 오히려 뒤처졌습니다. 전술적으로 완전히 틀어막히면 점유율 숫자는 의미가 없다는 걸 이 경기가 증명했습니다.

 

피지컬 격차와 세트피스, 일본이 안고 가는 숙제

 

두 팀의 평균 키 차이는 6.4cm였습니다. 네덜란드 187cm, 일본 180.6cm. 숫자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정도 차이가 실제 경기에서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공중볼 경합 승률이 말해줍니다. 이 경기에서 공중볼 제공권 승률은 네덜란드 74%, 일본 26%였습니다(출처: FIFA 공식 경기 통계).

제 경험상 이건 숫자가 가장 솔직하게 말해주는 순간입니다. 전술로 덮을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키 큰 수비수 네 명이 박스 안에 몰려 있으면 일본 입장에서는 그냥 불리한 싸움입니다. 실점 장면도 그랬습니다. 프리킥 이후 걷어낸 볼이 측면으로 흘렀고, 크로스가 올라왔을 때 반 헤케, 판 다이크, 둠프리스, 판 더 펜이 박스 안에 집결해 있었습니다. 판 더 펜의 헤더 득점은 일본 수비와 거의 경합이 없었을 정도입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일본이 속한 조를 보면 이 피지컬 문제가 더 부각됩니다. 일본의 조별리그 상대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네덜란드: 평균 신장 187cm, 공중볼 강점
  • 스웨덴: 북유럽 특유의 피지컬 축구
  • 튀니지: 아프리카 특유의 강한 체격 조건

세 팀 모두 피지컬을 앞세운 팀들입니다. 일본이 이 조에서 살아남으려면 세트피스 실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오가와 코키처럼 제공권 싸움이 가능한 자원을 활용한 세트피스 득점 패턴도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 경기 동점 골은 그 패턴에서 나왔습니다. 앞선 선수들이 네덜란드 수비를 끌어내는 사이 오가와 코키가 뒤쪽 공간으로 파고들며 헤더를 성공시킨 장면은, 피지컬 열세를 전술로 극복한 드문 순간이었습니다.

 

밸런스를 먼저 깬 쪽이 웃었다, 모리야스의 판단

 

이 경기에서 저를 가장 인상 깊게 만든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70분경 쿠만 감독이 흐라번베르흐를 빼고 센터백 아케를 투입하면서 완전한 5백 체제로 전환했을 때입니다. 2-1로 앞선 상황에서 20분을 남기고 잠가버린 겁니다. 반대로 모리야스 감독은 이토 준야, 시오가이, 토미야스, 스가와라, 오가와 코키를 순차적으로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계속 늘렸습니다.

여기서 오버래핑이란 수비를 담당하는 풀백이나 윙백이 공격에 가담하기 위해 전방으로 달려올라가는 움직임을 의미합니다. 일본은 이토 히로키가 올라가고 나카무라 케이토가 안쪽으로 파고드는 오버래핑 패턴을 꾸준히 활용해 공격 숫자를 6명으로 만드는 장면을 반복했습니다. 반면 네덜란드는 둠프리스가 딱 한 차례 오버래핑을 했고, 그 한 번에서 서머빌의 득점이 나왔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게 네덜란드가 오늘 얼마나 소극적이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일본의 동점 골 과정도 비슷한 맥락이었습니다. 쿠보가 의도적으로 반대편으로 자리를 이동해 더용을 끌어냈고, 그 공간으로 센터백 와타나베가 침투해 들어왔습니다. 컷백이란 측면에서 박스 안으로 전진하다가 골라인 근처에서 뒤쪽으로 짧게 돌려주는 패스를 말합니다. 일본은 제공권 경합을 피하는 대신 이 컷백 패턴으로 마무리를 시도했고, 나카무라 케이토의 슈팅으로 연결됐습니다. 아시아 국가 간의 축구 전술 변화와 관련해,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최근 몇 년간 회원국들의 전술 고도화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출처: AFC 공식 사이트).

모리야스 감독의 유럽 팀 상대 전적은 이번 경기를 포함해 10경기 8승 2무입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인정하기 싫은 수치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일본 축구가 단순히 강팀을 한 번 잡은 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유럽 강팀을 상대하는 방법을 체득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일본이 이번 월드컵에서 어디까지 가느냐는 결국 피지컬 열세를 전술로 얼마나 보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세트피스 실점을 줄이고, 컷백과 빠른 전환이라는 강점을 더 날카롭게 다듬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최대 라이벌이기 때문에 일본이 잘되는 걸 응원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경기만큼은 전술적으로 배울 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남은 조별리그에서 일본이 피지컬 장벽을 어떻게 넘는지, 지켜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TDCLNTn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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