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창 시절 쉬는 시간마다 컴퓨터를 켜고 '호날두 스페셜' 영상을 찾아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선수가 벌써 41살로 여섯 번째 월드컵 무대에 섭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솔직히 이건 단순히 호날두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미드필더 라인의 완성도, 마르티네스 감독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한국과의 질긴 인연까지. 지금부터 제가 보는 포르투갈의 실체를 풀어보겠습니다.
한국과의 월드컵 인연, 그리고 포르투갈의 역사
포르투갈과 한국의 월드컵 맞대결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TV 앞에서 직접 봤던 세대인데, 그 당시 포르투갈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을 때의 그 짜릿함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놀라운 점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한국이 포르투갈을 1:0으로 이겼다는 겁니다. 두 대회 모두 한국이 포르투갈을 꺾으며 16강에 진출했으니, 한국 입장에서 포르투갈은 묘하게 상성이 맞는 상대입니다.
포르투갈 축구 역사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사실 에우제비오(Eusébio) 시대 이후로 한동안 긴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에우제비오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을 3위로 이끈 전설적인 공격수로, 그 대회에서만 9골을 터뜨렸습니다. 포르투갈이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한 것도 그때가 유일합니다. 그 이후 호날두가 등장하기 전까지 포르투갈은 월드컵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FIFA 세계 랭킹 5위(출처: FIFA)를 기록 중인 포르투갈은 이번이 역대 9번째 월드컵 출전입니다. 호날두는 A매치 최다 출전과 국제무대 최다 득점 143골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에우제비오의 월드컵 최다 득점 기록(9골)을 넘어서려면 두 골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포르투갈의 이번 조별리그 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6월 17일: 포르투갈 vs 콩고민주공화국 (미국 휴스턴)
- 6월 23일: 포르투갈 vs 우즈베키스탄 (미국 휴스턴)
- 6월 27일: 콜롬비아 vs 포르투갈 (미국 마이애미)
호날두 라스트댄스, 그리고 세계 최강 미드필더 라인
호날두가 여전히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호날두는 전성기 기량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제가 학창 시절 매일 영상을 찾아봤던 그 폭발적인 드리블과 강력한 중거리 슛의 빈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건 축구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다 압니다. 2022 월드컵에서는 1골에 그쳤고, 유로 2024에서는 5경기 풀타임을 뛰고도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올해 3월 친선경기에서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했고, 아일랜드와의 예선전에서는 폭력적인 행동으로 퇴장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햄스트링 부상이란 허벅지 뒤쪽 근육 손상을 의미하는데, 특히 순간적인 폭발력과 방향 전환이 많은 공격수에게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꼽힙니다. 41세의 나이에 반복되는 햄스트링 문제는 그의 출전 시간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호날두를 논외로 하기 어렵습니다. 마르티네스 감독이 "우리가 호날두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두 명의 선수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상징성과 정신적 영향력은 수치로 환산되지 않습니다. 메시가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라이벌 구도를 사실상 마무리 지었는데, 호날두 입장에서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라면 그 동기부여는 상상 이상일 겁니다.
반면, 제가 정말 이번 포르투갈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건 미드필더 라인입니다. 비티냐(Vitinha)는 PSG 소속으로 2025 발롱도르(Ballon d'Or) 시상식에서 3위를 기록했습니다. 발롱도르란 매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3위 안에 든다는 것 자체가 그 시즌 세계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선수 중 하나였다는 의미입니다.
불과 21세인 주앙 네베스(João Neves) 역시 PSG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란 단순히 수비만 담당하는 포지션이 아니라,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고 볼을 탈취한 뒤 공격의 첫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전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포지션입니다. 여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 21개 어시스트를 기록한 브루노 페르난데스(Bruno Fernandes), 맨체스터 시티의 베르나르도 실바(Bernardo Silva)까지 더해지면, 이 미드필더 라인은 이번 월드컵 참가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두텁다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마르티네스 감독의 숙제와 포르투갈의 우승 가능성
마르티네스(Roberto Martínez) 감독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좀 복잡한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 그가 벨기에 대표팀을 이끌 때, 아자르·루카쿠·데 브라위너 등 황금세대라 불렸던 선수들을 데리고도 결국 메이저 트로피를 못 들어올렸습니다. 그 당시 팬들 사이에서도 "선수가 좋아서 성적을 내는 건지, 감독이 잘해서 성적을 내는 건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 의구심이 포르투갈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프레싱(Pressing)과 하이라인(High Line) 전술 측면에서도 우려가 있습니다. 프레싱이란 상대가 볼을 소유했을 때 높은 위치에서 빠르게 압박을 가해 실수를 유도하는 전술인데, 호날두처럼 기동성이 떨어진 최전방 공격수가 있을 때는 이 전술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하이라인이란 수비 라인을 최대한 높게 올려 상대의 공간을 압축하는 전술로, 역습에 취약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수비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반면 긍정적인 신호도 분명 있습니다. 2025 네이션스 리그(UEFA Nations League) 결승전에서 포르투갈은 강호 스페인을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뒀습니다. 네이션스 리그란 UEFA가 2018년부터 도입한 유럽 국가대표팀 간의 리그 형식 대회로, 단순한 친선경기와는 달리 실전 강도가 높습니다. 여기서 얻은 자신감이 월드컵으로 이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출처: UEFA).
지난여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디오고 조타(Diogo Jota)의 부재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최종 명단에는 27명에 더해 한 명이 더 있다"며 조타를 '플러스 원'으로 기리겠다고 했습니다. 팀의 분위기와 동기부여 측면에서, 조타를 위해 뛴다는 감정적 결속이 어떤 힘을 발휘할지도 지켜볼 포인트입니다.
결국 이번 포르투갈의 성패는 호날두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그리고 마르티네스 감독이 수비 밸런스를 얼마나 잘 잡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미드필더 라인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어느 팀과 붙어도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전력입니다. 하지만 대회 초반 휴스턴과 마이애미의 폭염 속에서 체력 관리에 실패하거나, 콜롬비아전에서 루이스 디아스 같은 역습 카드에 허를 찔린다면 8강 이상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호날두가 월드컵 마지막 무대에서 웃으며 퇴장할 수 있을지, 저는 그 장면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궁금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