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강 스쿼드를 보유하고도 우승을 못 할 수 있을까요? 저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축구를 봐온 사람으로서, 이 질문이 단순한 도발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때 브라질을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하던 프랑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2026년의 프랑스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전력을 갖추고도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역대급 스쿼드, 그런데 정말 역대급인가
어느 매체 기사에서 "월드컵에 합류하지 못한 프랑스 선수들로만 팀을 꾸려도 2~3팀은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을 본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번 26인 명단을 들여다보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골키퍼부터 공격수까지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 골키퍼: 마이크 마이냥(AC 밀란), 로빈 리서(RC 랑스), 브라이스 삼바(스타드 렌)
- 수비: 살리바(아스날), 우파메카노(바이에른 뮌헨), 코나테(리버풀), 에르난데스 형제(PSG·알힐랄)
- 미드필더: 추아메니(레알 마드리드), 캉테(페네르바체), 자이르-에메리(PSG)
- 공격: 음바페(레알 마드리드), 뎀벨레(PSG), 올리세(바이에른 뮌헨), 체르키(맨체스터 시티)
이 명단을 보면서 제가 직접 느낀 건, 단순히 스타플레이어가 많다는 게 아니라 포지션마다 대체 자원까지 최정상급이라는 점입니다. 에두아르도 카마빙가처럼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하는 미드필더조차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을 정도니까요. 카마빙가의 포지션 커버력, 즉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은 국제 대회에서 매우 귀한 자질인데, 그런 선수가 빠질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입니다.
선수층이 두텁다는 건 장점이지만, 동시에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의 불만과 팀 케미스트리(팀 내 선수들 사이의 유기적 결합력)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케미스트리란 단순히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아니라, 경기 중 서로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빠르게 연계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스쿼드가 화려할수록 이 부분이 오히려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데샹 감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데샹 전술의 핵심, 레스트 어택
데샹 감독의 전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 레스트 어택(Rest Attack)입니다. 레스트 어택이란 공격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선수들이 이미 역습에 대비한 위치를 선점하는 전술 개념으로, FIFA의 2022년 월드컵 전술 분석에서도 프랑스의 핵심 패턴으로 지목된 바 있습니다(출처: FIFA).
쉽게 말해, 공격이 실패해도 음바페가 이미 전방 깊숙한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상대가 공을 되찾는 순간, 프랑스는 즉시 역습 전환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겁니다.
제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들을 다시 돌려보며 느낀 건, 프랑스가 실제로 이 구조를 얼마나 정교하게 유지했는지였습니다. 음바페가 상대 수비 사이에서 처음부터 공간을 보고 있었고, 공 한 번 빼앗기는 순간 수비진이 자리 잡기 전에 이미 공이 음바페에게 연결됐습니다. 이게 단순한 개인기가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걸 그때 처음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포메이션 측면에서 프랑스는 4-2-3-1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합니다. 4-2-3-1에서 '2'에 해당하는 더블 피벗(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중원을 함께 커버하는 구조)은 추아메니와 캉테 혹은 자이르-에메리가 맡아 수비 안정성을 확보합니다. 여기서 더블 피벗이란 중원 중앙에 두 명이 나란히 서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고 빌드업의 출발점이 되는 역할 구조를 말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음바페와 뎀벨레 같은 공격 자원들이 수비 걱정 없이 전방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겁니다.
음바페 의존도, 프랑스의 최대 변수
저는 개인적으로 프랑스 전력 분석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음바페 의존도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공격 시스템 전체가 음바페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전방 압박 회피 능력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음바페는 8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차지했습니다(출처: FIFA). 결승전 단독으로도 3골을 넣어 아르헨티나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으니, 그 영향력은 숫자 이상입니다. 저도 그 결승전을 보면서 "이건 음바페 혼자 싸우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요.
문제는 음바페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거나, 상대 팀이 음바페 전담 마크 전략을 들고 나왔을 때입니다. 실제로 일부 강팀들은 음바페를 묶기 위해 수비수 두 명을 붙이는 더블 마킹 전략을 택하기도 합니다. 이때 뎀벨레나 올리세가 그 공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략하느냐가 프랑스의 토너먼트 성패를 가를 수 있습니다.
뎀벨레는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오랫동안 받아온 선수입니다. 하지만 PSG에서의 최근 시즌을 보면, 과거의 불안정한 모습보다 훨씬 일관성이 올라온 것이 느껴집니다. 올리세 역시 바이에른 뮌헨에서 출전 기회를 쌓으며 성장 중입니다. 이 두 선수가 음바페와 함께 삼각편대를 이룰 수 있다면, 프랑스의 공격은 단순히 음바페 원톱 의존 구조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데샹의 마지막 도전, 3회 연속 결승의 현실성
1998년 자국에서의 우승, 2018년 러시아에서의 우승, 그리고 2022년 아르헨티나에 석패한 결승. 저는 이 세 번의 대회를 모두 직접 TV 앞에서 지켜봤는데, 프랑스가 결승에 오를 때마다 드는 감정이 묘하게 달랐습니다. 1998년은 "이게 가능한 일이구나"였고, 2018년은 "역시 프랑스구나"였고, 2022년은 "음바페 혼자 다 하는데 왜 졌지"였습니다.
데샹 감독 체제에서 프랑스는 예선 성적 역시 안정적이었습니다. 이번 유럽 예선에서 6경기 5승 1 무, 골득실 +12를 기록했는데, 유럽 주요 팀들 중 실점이 세 번째로 적었습니다. 단순히 많이 이긴 게 아니라 거의 내주지 않으면서 이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압도적 공격력과 함께 수비 안정성까지 겸비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2026 월드컵은 48개국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 대회로, 조별리그 경기 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총 100경기 이상이 치러지는 만큼 체력 관리와 로테이션 운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데샹 감독의 스쿼드 운용 능력, 즉 주전과 백업 사이의 컨디션 격차를 최소화하면서 팀 전체를 최상의 상태로 끌고 가는 능력이 진짜 승부처가 될 것입니다.
3회 연속 월드컵 결승 진출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확실한 예측은 프랑스가 준결승 이상의 성적을 낼 가능성이 현재 참가 팀 중 가장 높다는 것입니다. 대진 운과 경기 흐름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지만, 이 정도 전력이라면 프랑스가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낼 팀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결국 2026년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성패는 음바페 개인의 폼, 뎀벨레와 올리세 같은 공격 자원들의 성장, 그리고 데샹 감독이 스타 선수들 사이에서 조직력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이번 대회 프랑스 경기만큼은 한 경기도 빠짐없이 볼 생각입니다. 1998년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 온 팀이 마침내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장면을 직접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