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5/26 프리미어리그 결산 (아스널, 펩, 살라)

by dlehgus12 2026. 5. 28.

25/26시즌 프리미어 리그 결산
25/26 프리미어 리그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번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아스널이 정말 우승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습니다. 22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맞이한 우승이었고, 그 과정에서 개인 기록과 팀 변화들이 쏟아지며 이번 시즌은 어느 해보다 이야깃거리가 많았습니다. 토트넘 팬으로서는 손흥민이 떠난 자리가 이렇게 공허하게 느껴질 줄 몰랐고, 황희찬 선수의 잦은 부상 소식에 마음이 무거웠던 시즌이기도 했습니다.

 

아스널, 22년 만의 우승과 프리미어리그 역대 기록

 

한 시즌 동안 단 한 번도 페널티킥을 허용하지 않고, 레드카드 역시 0장으로 마감한 팀이 있다면 믿어지시겠습니까? 아스널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건 아스널 구단 기록이 아니라 프리미어리그 역대 전체 팀 기록입니다. 저도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정말 가능한 일인지 의아했습니다.

이 기록이 단순한 운이 아니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먼저 아스널의 수비 방식은 딥 블록(deep block)과 다릅니다. 딥 블록이란 자기 진영 깊은 곳까지 내려와 수비 블록을 형성하는 전술인데, 이 경우 페널티 박스 내에서 파울이 발생하거나 극단적인 대응으로 퇴장이 나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반면 아스널은 미리 올라가서 차단하는 하이 프레스(high press) 방식을 택해 위험 상황 자체를 사전에 제거했습니다.

여기서 데클란 라이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가 구사한 전술적 파울, 즉 택티컬 파울(tactical foul)은 상대의 역습 전환 순간을 적재적소에서 끊어내는 기술입니다. 이 덕분에 뒤로 내려온 수비수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빈도 자체가 줄었습니다. 여기에 수석 코치 에인세의 감정 컨트롤 훈련이 더해지면서, 다혈질적인 반응으로 인한 불필요한 카드를 팀 전체가 억제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스널의 이번 시즌 수비 안정성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페널티킥 허용 0회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초)
  • 레드카드 0장 (시즌 전체 퇴장 없음)
  • 골키퍼 라야의 시즌 19 클린시트로 골든 글러브 2 시즌 연속 수상

골든 글러브(Golden Glove)란 한 시즌 무실점 경기 수가 가장 많은 골키퍼에게 수여하는 프리미어리그 개인상입니다. 라야는 체구가 작은 골키퍼라는 약점을 꼽혔지만, 공중볼 처리와 수비 커버 범위까지 꾸준히 개선하며 "못 하는 게 뭐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제가 직접 라야의 경기를 지켜봤을 때, 빌드업 참여부터 공간 커버까지 현대 골키퍼의 역할을 가장 충실하게 소화하는 선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펩 과르디올라와 살라, 한 시대의 마감

 

"한 시대가 끝났다"는 말을 이렇게 실감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체스터 시티와 10년 만에 이별을 선택했고, 같은 날 안필드에서는 모하메드 살라가 눈물을 흘리며 피치를 빠져나갔습니다.

펩 과르디올라가 프리미어리그에 가져온 변화는 단순히 트로피 숫자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가 도입한 인버티드 풀백(inverted fullback) 전술은 풀백이 중앙으로 좁혀 들어와 미드필더 역할까지 수행하는 방식인데, 처음에는 영국 축구계에서 이질적이라는 반발도 컸습니다. 지금은 프리미어리그 대부분의 팀들이 이 개념을 변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펩이 바꾼 건 전술이 아니라 이 리그의 문법 자체였다고 생각합니다.

살라 역시 단순한 득점 기계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도움 기록을 경신하며 무대를 떠났습니다. 기존 92개로 리버풀의 레전드 스티븐 제라드와 동률이었는데, 정확히 그 기록을 넘기면서 마감했습니다. 제라드라는 상징적 존재를 넘어서는 기록을 마지막 경기에서 남기고 간 것, 어떻게 보면 살라다운 마무리였습니다.

이번 시즌 개인 기록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브루노 페르난데스입니다. 맨유가 시즌 초반 브루노를 3선 미드필더로 기용했을 때 7경기 연속 도움이 없었던 것도 제가 직접 경기를 보면서 답답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이후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으로 복귀하며 최종 21도움을 기록했는데, 기회 창출 수(136개)는 앙리와 케빈 더 브라위너가 보유했던 프리미어리그 단일 시즌 최다 기록과 동률을 이뤘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분배금, 라리가 우승팀과 꼴찌팀의 충격적 비교

 

이번 시즌에 가장 놀란 지표 중 하나가 이것이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꼴찌 팀인 울버햄튼이 받은 TV 중계권 분배금이 라리가 우승팀 바르셀로나의 분배금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구체적으로 보면 아스널이 약 4,400억 원, 울버햄튼이 약 2,387억 원, 그리고 라리가 우승 바르셀로나가 약 2,641억 원을 분배금으로 받았습니다(출처: 프리미어리그 공식). 1위와 꼴찌의 차이가 두 배 정도인 반면, 라리가 1위와 프리미어리그 꼴찌가 거의 같은 금액이라는 사실이 두 리그의 규모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분배금 구조에는 중요한 배경이 있습니다. 라리가는 과거 구단별 개별 TV 중계권 판매 방식을 채택했는데, 이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로 수익이 집중되어 하위 팀들이 재정적으로 무너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켰습니다. 이후 통합 마케팅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격차를 회복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출처: UEFA 공식).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통합 중계권 판매와 균등 분배 기조를 강화했고, 이것이 하위 팀들도 매 시즌 수천억 원을 재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됐습니다. 제가 경험상 느끼기에, 이 구조의 차이가 유럽 대항전에서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타 리그 팀들을 압도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토트넘과 첼시, 재건의 과제를 안고 가다

 

솔직히 이번 시즌 토트넘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떠난 후 팀의 중심이 흔들리는 게 경기에서도 느껴졌고, 결국 17위라는 성적으로 간신히 잔류했습니다.

새로 부임한 데 제르비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이 매우 뚜렷한 감독입니다. 문제는 현재 토트넘 선수단이 여러 감독을 거치며 혼종이 돼버린 상태라는 점입니다. 데 제르비 스타일에 맞는 선수는 살리고, 그렇지 않은 선수는 정리해야 하는 상황인데, 유럽 대항전에 나가지 못하는 내년 시즌에는 예산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대대적인 영입보다는 판매가 먼저입니다. 이적시장에서 얼마나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느냐가 토트넘 재건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첼시는 14패, 레드카드 11장이라는 수치가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이 팀의 근본적인 문제는 잠재력과 가능성만 이야기하다 현재가 없어진 데 있습니다. 토드 볼리 인수 이후 어린 선수 위주로 선수단을 구성하다 보니 경험 있는 리더가 없고, 위기 상황에서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새로 부임하는 알론소 감독이 레버쿠젠에서 무패 우승을 이끌었을 때도 그라니트 자카 같은 코어 베테랑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첼시 역시 경험 있는 리더급 선수를 한두 명 데려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웨스트햄의 강등은 예상보다 더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39점이면 다른 시즌이었으면 충분히 잔류했을 성적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하위권 경쟁이 유독 치열했고, 결국 챔피언십으로 내려가게 됐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두 번째로 큰 경기장을 가진 팀이 2부 리그로 떨어지는 장면은 보는 입장에서도 씁쓸했습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뀐 시즌이었습니다. 22년 만의 아스널 우승, 펩과 살라의 퇴장, 토트넘과 첼시의 과제, 그리고 리그 전체의 경제적 압도성까지. 다음 시즌에는 우리나라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적시장이 열리면 양민혁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에게 빅리그의 문이 열리기를 바라며, 내년 시즌 다시 새로운 드라마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44JpLRLb0M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