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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9월 A매치 기간 동안 30명이 넘는 선수들이 부상 또는 컨디션 문제를 겪었습니다. 음바페, 무시알라, 가크포, 이삭…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선수들이 줄줄이 소속팀으로 조기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피파 바이러스'라는 말이 다시 한번 뇌리를 강하게 스쳤습니다.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그 단어가, 이번엔 유독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피파 바이러스, 이번엔 얼마나 심각했나
'피파 바이러스(FIFA Virus)'란, A매치 기간에 선수들이 클럽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과도한 경기를 소화하다 부상이나 체력 저하를 겪는 현상을 가리키는 축구 팬들의 속어입니다. 여기서 A매치란 FIFA가 공인한 국가대표팀 간의 공식 경기를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리그가 멈추는 동안 선수들이 클럽 유니폼을 벗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기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저도 매 시즌 이 기간이 돌아올 때마다 '이번엔 제발 부상자 없이 넘어가길' 바라곤 했는데, 그 바람이 이루어진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이번 9월 국제 경기 휴식기는 통상적인 2주가 아니라 3주로 늘어났고, 팀당 최대 4경기를 소화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는 숫자로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UEFA 네이션스 리그,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예선, 청소년 국제 경기 등 여러 대회에 걸쳐 30명 이상의 선수가 부상 또는 컨디션 문제로 이탈했습니다(출처: Alltimescores).
그 면면을 보면 정말 심각합니다. 킬리안 음바페는 터키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 무릎을 다쳐 2~3주 이탈이 예상됩니다. 그가 이 골로 프랑스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 기록(67골)을 세웠다는 건 분명 기뻐할 일인데, 정작 골을 넣고 나서 절뚝거리며 5분 만에 교체되는 장면을 보니 착잡함이 앞섰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자말 무시알라는 아예 경기 전 워밍업 도중 허벅지를 부여잡았고, MRI 검사 결과 오른쪽 허벅지 근육 파열이 확인됐습니다. 워밍업 중 부상이라는 점이 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리버풀도 두 명의 공격수를 잃었습니다. 코디 가크포는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거친 태클에 발목을 다쳐 조기 귀국했고, 알렉산더 이삭은 루마니아전에서 90분을 풀타임으로 뛰고 득점까지 했지만, 경기 후 허벅지에 문제가 발견되어 스웨덴 대표팀을 떠났습니다. 이삭의 경우 그레이엄 포터 스웨덴 감독이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건 감독의 시각일 뿐 리버풀 구단의 공식 진단은 별개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구단 측 발표는 항상 더 조심스럽게 나옵니다.
주요 부상 선수 한눈에 보기
- 킬리안 음바페 (레알 마드리드) — 무릎, 2~3주 이탈 예상
- 자말 무시알라 (바이에른 뮌헨) — 오른쪽 허벅지 근육 파열, 워밍업 중 발생
- 코디 가크포 (리버풀) — 발목, 대표팀 잔여 일정 불참
- 알렉산더 이삭 (리버풀) — 허벅지, 스웨덴 대표팀 조기 귀국
- 카이 하베르츠 (아스널) — 근육 긴장, 독일 잔여 경기 불참
- 패트릭 도르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햄스트링 추정, 덴마크 대표팀 이탈
- 브라이언 브로비 (선덜랜드) — 햄스트링, 비접촉 부상
- 이브라히마 코나테 (레알 마드리드) — 무릎, 프랑스 대표팀 이탈
물론 이 모든 부상이 국제 경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경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입은 부상을 안고 대표팀에 합류했고, 니콜로 자니올로는 8월에 입었던 허벅지 부상이 재발한 것입니다. 앙투안 세메뇨는 가나 축구협회가 "예방 차원"이라고 밝혔고, 당고 우아타라는 부상이 아닌 질병으로 이탈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실제보다 훨씬 크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제가 솔직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모두 빼더라도 하베르츠, 무시알라, 음바페, 브로비, 발라드, 도르구, 가크포, 이삭, 코나테처럼 명백히 대표팀 차출 기간에 새로운 부상을 입은 선수만 해도 손으로 다 세기 어렵습니다.
과밀 일정의 비용, 누가 떠안는가
저는 축구를 보면서 늘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선수의 연봉은 소속 클럽이 지급합니다. 그 선수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다치면, 그 타격은 고스란히 클럽이 감수해야 합니다. UEFA 네이션스 리그(UEFA Nations League)는 유럽 축구 연맹이 국가 간 경쟁 구도를 활성화하고 불필요한 친선 경기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대회입니다. 쉽게 말해, 기존의 의미 없는 친선전을 '점수가 걸린 경기'로 바꾼 것인데, 결과적으로 선수들이 치러야 하는 경기 수는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클럽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돈 주고 위험에 내보내는' 구조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건 아니지만, 클럽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 문제에 대한 불만이 공공연히 터져 나온다는 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FIFA(국제축구연맹)와 UEFA가 수익을 위해 경기 수를 늘릴수록, 선수들의 근골격계에 가해지는 부하(load) * (여기서 부하란 운동으로 신체에 누적되는 물리적 스트레스를 가리킵니다) 는 한계를 초과하게 됩니다.
이번 상황을 보며 유독 인상적이었던 건 우리나라 임시감독 모레노 감독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는 이강인, 황인범 같은 핵심 선수들을 선발에서 제외하거나 경기 명단에 아예 올리지 않았습니다. 임시감독이라는 자리는 묘합니다. 성과를 내야 정식감독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인데, 그 성과를 위해 부상 위험이 있는 선수를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았다는 건 솔직히 제가 예상하지 못한 선택이었습니다. 결과를 포기하면서까지 선수 보호를 택한 셈인데, 제 경험상 이런 결정을 내리는 지도자는 흔치 않습니다.
손흥민, 이강인이 대표팀 경기에서 빠진다면 국내 팬들로서 당연히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직접 그런 경기를 봤을 때 느끼는 허전함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를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보는 것과 지금 당장 90분을 채우는 것 중 어느 쪽이 팬에게도 유익한 선택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음바페가 결승골을 넣는 순간 다리를 절뚝이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그 답이 어느 쪽인지를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FIFA의 국제 경기 캘린더(출처: FIFA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정해진 국제 경기 기간(인터내셔널 브레이크) 동안 클럽은 의무적으로 선수를 대표팀에 차출해야 합니다. 여기서 인터내셔널 브레이크란, FIFA가 지정한 기간 동안 모든 리그가 일시 중단되고 각국 대표팀이 공식 경기를 치르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이 의무 차출 규정이 있는 한, 클럽이 선수 부상 위험을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피파 바이러스는 매 시즌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파 바이러스가 정확히 뭔가요?
A. FIFA가 지정한 A매치 기간에 선수들이 클럽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과도한 경기를 소화하다 부상이나 체력 저하를 겪는 현상을 가리키는 축구 팬들의 속어입니다. 공식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매 국제 경기 기간마다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굳어진 표현입니다. 이번 9월처럼 휴식기가 3주로 늘어나고 경기 수도 많아질수록 그 여파는 더 커집니다.
Q. 클럽은 선수를 대표팀에 안 보낼 수 없나요?
A. FIFA 규정상 인터내셔널 브레이크 기간에는 클럽이 의무적으로 선수를 차출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선수가 부상 직전 상태이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클럽 입장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부상 발생 후 대처는 클럽 몫이 됩니다.
Q. 음바페 부상, 복귀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A. 터키와의 UEFA 네이션스 리그 경기에서 무릎 부상을 입은 음바페의 복귀 예상 기간은 현재 2~3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다만 레알 마드리드 측은 공식적인 복귀 날짜를 아직 발표하지 않았고, 정밀 검사 결과에 따라 기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릎 부상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Q. 이런 과밀 일정 문제, 해결할 방법은 없나요?
A. 근본적으로는 FIFA와 UEFA의 국제 경기 캘린더를 조정하거나, 한 인터내셔널 브레이크 기간의 경기 수를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클럽이 대표팀 차출 기간 중 발생한 부상에 대해 FIFA나 해당 축구 협회가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됩니다. 하지만 수익 구조와 방송 중계권이 얽혀 있어 실질적인 변화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Q. UEFA 네이션스 리그가 뭔가요?
A. UEFA 네이션스 리그(UEFA Nations League)는 유럽 국가들이 친선 경기 대신 순위와 승강격이 걸린 공식 경기를 치르는 대회입니다. 기존 친선전의 의미 없는 경기를 줄이고 경쟁력 있는 매치를 늘리겠다는 취지로 2018년에 도입됐습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선수들이 실질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경기 수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결론
이번 9월 인터내셔널 브레이크가 보여준 것은 명확합니다. 경기 수를 늘리면 팬들에게 볼거리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서 선수들의 신체는 한계를 향해 달려갑니다. 음바페가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는 순간 절뚝이는 장면, 무시알라가 워밍업 도중 쓰러지는 장면은 현재 일정 구조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제 경험상 이 논쟁은 당장 결론이 나지 않겠지만, 적어도 선수들의 회복 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일정 개편에 대한 고민은 지금보다 훨씬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보호를 택한 모레노 감독의 결정처럼, 단기 성과보다 선수의 컨디션을 우선하는 선택이 결국 팀에도, 팬에게도 더 오래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가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앞으로 인터내셔널 브레이크가 돌아올 때마다 저는 아마 또 이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엔 부상 없이 넘어가길'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