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유럽 네이션스리그 중계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아는 언제쯤 이런 구조가 생길까?"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됐습니다. AFC(아시아축구연맹)가 공식적으로 네이션스리그 도입 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 처음엔 반가웠는데, 자료를 더 파고들수록 마냥 기쁘게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걸 느꼈습니다.

도입 배경: 왜 지금, 왜 3 티어 구조인가
일반적으로 네이션스리그라고 하면 단순히 친선 경기를 대체하는 소규모 토너먼트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AFC가 내놓은 안을 직접 들여다보니 이건 차원이 달랐습니다.
AFC가 제안한 구조는 단순한 컵 대회가 아닙니다. 아시아 47개 회원국을 세 개의 티어(tier), 즉 등급으로 나누고 2년마다 승강제를 운영하는 체계입니다. 여기서 티어란 실력 수준에 따라 나눈 리그 등급을 의미하며, 유럽 축구의 1부·2부 리그처럼 상위 티어에 오를수록 더 강한 상대와 경쟁하게 됩니다. 1 티어와 2 티어는 각 18개국, 3 티어는 11개국으로 구성됩니다.
1 티어와 2 티어 운영 방식으로는 스위스 방식(Swiss system)이 채택됩니다. 스위스 방식이란 모든 팀이 서로 다 붙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성적의 팀끼리 순차적으로 매칭되는 리그 진행 방식입니다. 이미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대회에서 적용되고 있어 어느 정도 검증된 방식이라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그리고 이게 핵심인데, 이 리그 성적이 아시안컵(AFC Asian Cup)과 FIFA 월드컵 예선에 직접 연동됩니다. 아시안컵이란 AFC가 4년마다 주관하는 아시아 최대 국가대표팀 대회로, 사실상 아시아 축구의 최고 권위 대회입니다. 기존에는 예선을 별도로 치렀는데, 앞으로는 네이션스리그 성적이 예선 역할까지 겸하게 되는 겁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대회 추가가 아니라, 아시아 국제 축구 일정 전체를 뜯어고치는 작업이었으니까요. 다만 과도기 일정이 있어서 2030 FIFA 월드컵 예선까지는 현행 구조가 대부분 유지되고, 본격적인 네이션스리그 체제는 2030/31 시즌부터 가동될 예정입니다(출처: The Asian Game).
제 경험상 유럽 네이션스리그가 처음 도입됐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친선 경기보다 낫겠지"라는 기대와 함께, "경기 수가 또 늘어나는 거냐"는 피로감이 동시에 있었습니다. 아시아 버전도 정확히 같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 1티어·2티어: 각 18개국, 스위스 방식 리그로 운영
- 3티어: 11개국, 세 개 소그룹 라운드 로빈 방식
- 2년마다 승강 플레이오프 실시, 하위 2팀 자동 강등·상위 2팀 자동 승격
- 리그 성적이 아시안컵·월드컵 예선과 직접 연동
- 본격 시행은 2030/31 시즌부터
한일전 기대 vs 선수 체력 부담, 솔직한 생각
이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한일전이었습니다. 성인 A매치, 즉 정식 국가대표팀 간 공식 경기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붙은 지 꽤 됐습니다. 양 팀 모두 아시아 최상위권이니 1 티어에 속할 게 거의 확실하고, 리그 방식이다 보니 정기적으로 만날 가능성이 생깁니다. 솔직히 이 부분만큼은 설레는 게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네이션스리그가 도입되면 경기 수가 크게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수치를 확인해보니 최상위권 국가들의 경우 4년 기준으로 16경기에서 18경기로 2경기 증가하는 수준입니다(출처: AFC 공식 홈페이지). 한국, 일본, 이란, 호주 같은 팀들은 의외로 증가폭이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변화가 큰 건 하위 티어 국가들로, 기존에 사실상 경기 기회가 없던 소규모 국가들이 비슷한 수준의 상대와 정기적으로 붙을 수 있게 됩니다. 이 점은 분명히 진전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수치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유럽 네이션스리그를 보면서 느꼈던 건, 경기 수 자체보다 이동 거리와 일정 밀집도가 훨씬 더 문제라는 겁니다. 유럽은 그나마 지리적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아시아는 차원이 다릅니다. 서아시아의 카타르에서 동아시아의 한국, 거기서 또 오세아니아 경계에 있는 호주까지 — 이 거리를 A매치 기간마다 오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선수들 입장에서는 보통 일이 아닙니다.
특히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아시아 선수들은 장거리 이동(long-haul travel)이 더해집니다. 장거리 이동이란 대륙 간 또는 대륙 내에서 10시간 이상 비행이 수반되는 이동을 의미하는데, 이 피로가 쌓이면 경기력 저하는 물론 근육 부상 위험도 함께 올라갑니다. 이미 유럽 네이션스리그에서도 부상으로 이탈하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는 걸 보면서 이게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신경 쓰이는 건 대륙 간 A매치 문제입니다. 유럽 네이션스리그가 정착하면서 아시아 팀들이 유럽 강호와 친선 경기를 잡기가 눈에 띄게 어려워졌습니다. 아시아 네이션스리그까지 생기면 이 문제는 양방향으로 심해집니다. 제 생각에 한국이나 일본 같은 팀들이 월드컵 무대에서 유럽·남미 강호와 대등하게 싸우려면 아시아 내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2026 북미 월드컵에서의 아시아 팀들 성적을 돌아봐도, 부족했던 건 재능이 아니라 그런 강도 높은 경기에 대한 노출 부족이었다고 봅니다.
물론 AFC도 이 부분을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승강 플레이오프(promotion playoff)라는 완충 장치도 있고, 3 티어 국가들을 위한 배려도 구조 안에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결승 시리즈를 중앙 집중식으로 운영하는 방식, 즉 4개 팀이 한 장소에 모여 타이틀을 다투는 파이널 시리즈 형태가 팬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아직 물음표입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흥행 면에서 기대에 못 미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FC 네이션스리그는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A. 본격적인 시행은 2030/31 시즌부터입니다. 다만 2030 FIFA 월드컵 예선까지는 현행 예선 구조가 대부분 유지되고, 초기 티어 배정을 위한 1·2라운드가 먼저 진행될 예정입니다. 한 번에 바뀌는 게 아니라 단계적 전환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Q. 한국은 몇 티어에 속하게 되나요?
A. 정확한 배정은 초기 라운드 성적을 통해 결정되지만, 현재 FIFA 랭킹과 아시아 내 경쟁력을 보면 한국은 1티어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 이란,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1티어 유력 후보입니다. 제 경험상 이 티어에서 한일전이 정기적으로 열릴 수 있다는 게 가장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Q. 아시아 네이션스리그가 생기면 월드컵 예선은 어떻게 되나요?
A. 네이션스리그 리그 성적이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 결과에 직접 반영됩니다. 이전처럼 별도 예선을 전부 치르는 방식이 아니라, 리그 순위로 본선 진출 여부가 대부분 결정되고 일부 플레이오프만 추가로 진행하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으로 예선과 리그가 완전히 별개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 안에서는 사실상 하나로 통합됩니다.
Q. 선수들 체력 부담은 얼마나 늘어나나요?
A. 최상위권 국가들은 4년 기준 약 2경기 증가 수준이라 수치상 증가폭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특유의 장거리 이동이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대륙을 오가는 비행 피로까지 겹치기 때문에 단순 경기 수로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결론
AFC 네이션스리그 도입 계획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기대와 걱정이 반반이었습니다. 한일전 같은 빅매치가 정기적으로 열릴 수 있다는 점, 약소국가들에게 경기 기회가 생긴다는 점은 분명히 반가운 변화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대회를 만드는 것 자체가 아니라, 선수들이 무리 없이 뛸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입니다.
아시아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더 강해지려면 아시아 내 경쟁 강화와 대륙 간 교류 유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아야 합니다. AFC가 이번에 내놓은 안이 그 균형을 잘 맞출 수 있을지, 저는 2030/31 시즌이 가까워질수록 더 주의 깊게 지켜볼 생각입니다. 대회 자체의 성공 여부는 결국 선수들이 건강하게 뛰고, 팬들이 기꺼이 보고 싶어 하는 경기가 만들어지느냐에 달려 있으니까요.
참고: https://www.theasiangame.net/the-nations-league-is-coming-the-afcs-plan-to-reshape-asian-foot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