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이 많은 팀이 항상 이기는 게 아니라면,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과연 공평한 무대가 되고 있을까요? 2024/25 시즌부터 전면 개편된 UCL(UEFA Champions League)을 두 시즌째 지켜보면서, 저는 이 질문이 단순한 흥미를 넘어선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밤잠을 설쳐가며 중계를 챙겨 보는 입장에서, 개편된 대회의 흥행과 그 이면의 재정 구조를 함께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리그 페이스, 무엇이 달라졌나
혹시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가 이미 결과가 정해진 채 진행되는 걸 보고 허탈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꽤 여러 번 그랬습니다. 그게 바로 이번 개편의 출발점이었다고 봅니다.
기존 조별 리그 방식은 4팀씩 나뉜 그룹에서 6경기를 치르는 구조였습니다. 강팀들은 일찌감치 16강 티켓을 확정 짓고, 마지막 경기는 사실상 의미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2024/25 시즌부터는 36개 팀이 단일 리그 테이블(League Phase)에서 경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리그 페이즈란 모든 참가 팀이 하나의 순위표 안에서 경쟁하며, 각 팀이 서로 다른 상대와 8경기를 치르는 방식입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경기일 18경기 중 17경기가 다음 라운드 진출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조별 리그 마지막 시즌과 비교하면, 당시 32개 팀 중 20개 팀이 마지막 경기일에 이미 목표를 잃은 상태였다는 점과 대비됩니다. 경기당 긴장감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진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체감이 됩니다. 새벽 4시까지 중계를 보면서도 졸리지 않았던 경기가 부쩍 늘었습니다.
상금 분배, 누가 얼마나 받았나
그렇다면 이 새로운 구조는 돈으로 어떻게 연결될까요?
UEFA는 리그 페이스 순위에 따른 성과 기반 보상(Performance-Based Bonus) 구조를 도입했습니다. 성과 기반 보상이란 단순히 참가 여부만이 아니라 경기 결과에 따라 추가 수익이 결정되는 방식으로, 한 경기 한 경기의 결과가 재정에 직접 반영됩니다. 36개 팀 모두에게 최소 1,862만 유로의 참가비가 보장되지만, 최종 수령액은 순위와 클럽 계수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클럽 계수(Club Coefficient)란 UEFA가 최근 10년간의 유럽 대회 성적을 점수화한 지표입니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클럽일수록 높은 계수를 가지고 있어, 같은 리그 순위라도 더 많은 기본 수익을 가져갑니다. FC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시티 FC, 리버풀 FC, 아스널 FC는 각각 9,600만 유로 이상을 수령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중위권 클럽의 선전입니다. 7위로 시즌을 마감한 스포르팅 CP와 15위로 마무리한 아탈란타 BC가 일부 전통 강팀과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반면 마지막 경기에서 골키퍼가 극적인 골을 넣으며 24강에 턱걸이한 벤피카는 약 5,400만 유로를, 8강 진출에 실패한 레알 마드리드 CF는 약 8,100만 유로를 받았습니다. 리그 순위 차이가 컸음에도 상금 격차가 2,700만 유로 수준에 그친 것은, 동일한 라운드까지 진출하면 수익이 수렴하는 구조 때문입니다.
2025/26 시즌 UCL 총 상금 규모는 약 24억 6,700만 유로에 달합니다(출처: UEFA 공식 사이트).
재정 영향, 클럽 규모에 따라 천지 차이
상금 규모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각 클럽에게 그 돈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겁니다. 이 부분이 제가 가장 씁쓸하게 느끼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레알 마드리드나 FC 바르셀로나, 파리 생제르맹 FC, 맨체스터 시티, FC 바이에른 뮌헨 같은 빅클럽의 경우 UCL 수익이 전체 운영 수익의 15% 미만을 차지합니다. 이들에게 챔스 상금은 이미 다각화된 수익 모델을 보완하는 수준입니다. 방송권, 스폰서, 머천다이징 수익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리그 예선 순위가 조금 달라진다고 해서 클럽 운영 방향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AS 모나코 FC, 유니온 생 질루아즈, 올림피아코스 FC 같은 클럽들은 얘기가 다릅니다. 이들은 UCL 수익이 연간 총 운영 수익의 절반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 극단적인 사례로, 카라바흐 FK와 FK 보되/글림트는 UCL에서 벌어들인 상금이 클럽 연간 운영 수익 전체를 초과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숫자는 그냥 통계가 아닙니다. 한 번의 유럽 진출이 클럽의 3~4년 치 투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문제는 이 구조가 가져오는 재정 의존성(Financial Dependency)입니다. 재정 의존성이란 특정 수입원에 클럽 재정이 과도하게 쏠려 있는 상태로, 해당 수입이 끊기면 예산 구조 전체가 흔들리는 위험을 의미합니다. UCL 진출 여부에 따라 이적 시장 전략부터 선수단 임금 수준까지 모두 달라질 수 있는 구조는, 중소 클럽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점은 개편된 방식의 분명한 한계라고 봅니다.
개편 이후 나타난 재정 영향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빅클럽: UCL 수익 비중 15% 미만, 안정적 다각화 수익 구조
- 중형 클럽: UCL 수익이 전체 운영 수익의 30~50% 수준, 진출 여부가 이적 전략에 직접 영향
- 소형/중소 리그 클럽: UCL 수익이 연간 운영 수익 전체를 초과하는 경우도 존재
- 공통 리스크: UCL 연속 미진출 시 급격한 예산 삭감 가능성
이러한 재정 구조는 소규모 리그에서 특정 클럽의 국내 독주 체제를 더욱 굳히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출처: Football Benchmark).
선수단 가치와 성적, 돈이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면 선수단 몸값이 높을수록 성적도 좋을까요? 대체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대체로'가 무너지는 순간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챔스의 묘미입니다.
선수단 시장 가치(Squad Market Value)란 팀에 속한 전 선수의 이적 시장 추정 가치 합산액으로, 클럽의 전력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이번 시즌 가장 가치가 높은 9개 팀 중 7개 팀이 최종 순위 9위 안에 들었습니다. 14억 6,000만 유로로 대회 최고 가치를 자랑한 레알 마드리드는 9위에 그쳐 직행 티켓을 놓쳤고, 14억 3,000만 유로로 두 번째였던 아스널 FC가 오히려 예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제가 직접 지켜보면서도 꽤 의외였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변은 스포르팅 CP였습니다. 선수단 가치가 4억 3,200만 유로에 불과한 이 클럽이 7위로 시즌을 마쳤는데, 시즌 전 다수의 베팅 업체들이 8위권 밖으로 예상했던 팀이었습니다. 반대로 현 챔피언 파리 생제르맹 FC와 세리에 A(Serie A) 챔피언 SSC 나폴리는 선수단 가치 대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습니다. 특히 나폴리는 1번 시드 배정을 받지 않은 팀 중 유일하게 리그 예선에서 탈락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4강에서는 김민재 선수의 FC 바이에른 뮌헨과 이강인 선수의 파리 생제르맹 FC가 맞붙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가 결승에서 누가 될지, 솔직히 저는 매일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박지성 선수의 PSV 시절 AC밀란전 골을 처음 봤을 때의 그 떨림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누가 올라가든 부상 없이 좋은 경기를 펼쳐주기를 바랍니다.
결국 개편된 UCL은 "돈이 많은 팀이 결승까지 간다"는 공식을 완전히 깨지는 못했지만, 리그 페이즈에서만큼은 그 공식에 균열을 내고 있습니다. 그게 이 대회를 여전히 밤잠 설치며 보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몇 시즌 더 데이터가 쌓이면, 개편의 진짜 의미가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아직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https://footballbenchmark.com/w/uefa-champions-league-2025/26-financial-and-sporting-patterns-in-the-league-phase
https://www.uef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