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AR 도입 이후 주요 경기 판정 정확도가 약 95%에서 99.3%까지 끌어올려졌습니다. 수치만 보면 대단한 성과입니다. 그런데 저는 경기를 보면서 "이게 정말 축구를 더 좋게 만든 걸까?"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기술이 정확성을 높인 건 맞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VAR이 실제로 판정을 바꿔놓은 방식
일반적으로 VAR은 심판 판정을 보조하는 도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저는 사실 그보다 훨씬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부터 짚어보면, 핵심은 비디오 운영실(VOR, Video Operation Room)에 배치된 판독 심판팀에 있습니다. VOR이란 경기장 외부에 설치된 전용 영상 분석 공간으로, 여기서 여러 각도의 HD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검토해 현장 심판에게 알립니다.
VAR 팀이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 골 유효성 판정 (골 직전 반칙 또는 오프사이드 여부)
- 페널티킥(PK) 판정의 적정성
- 직접 퇴장 상황 검토
- 오인 판정 (징계가 엉뚱한 선수에게 내려진 경우)
이 네 가지 상황에서만 개입이 가능하고, 최종 결정권은 어디까지나 현장 주심에게 있습니다. 주심이 VAR 의견을 수용하거나 직접 현장 검토(OFR, On-Field Review)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OFR이란 주심이 경기장 옆 모니터 앞으로 직접 나가 영상을 확인하고 판정을 내리는 절차를 말합니다.
저는 학교 체육대회에서 심판을 서봤던 적이 있는데,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게 바로 이 순간의 정확성이었습니다. 감정은 없어도 시야에는 한계가 있었고, 한쪽으로 치우친 판정처럼 보이는 순간엔 선수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오심이 나오면 그 강도는 훨씬 세졌고, 분위기가 순식간에 험악해졌습니다. TV 중계라면 다시 보기가 가능하지만 경기 중에는 그럴 수 없었으니까요. VAR이 없던 시절 프로 축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심 하나가 경기 결과를 통째로 뒤집는 일이 반복됐고, 그게 쌓이면서 기술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구체화된 겁니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SAOT)도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SAOT란 선수의 신체 부위를 3D로 추적해 오프사이드 판정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으로, 기존 VAR보다 판정 속도를 대폭 단축할 수 있습니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처음 적용됐는데, 육안으로는 불가능한 밀리초 단위의 타이밍까지 잡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는 분명한 진전이었습니다(출처: FIFA 공식 사이트).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논란도 커지는 이유
VAR이 판정 정확도를 높인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UEFA 유로 2020에서만 51경기 동안 18건의 오판이 정정됐고, 이는 수치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입니다(출처: UEFA 공식 사이트). 그런데 제가 경기를 보면서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골이 터진 순간 환호했다가, VAR 판독이 시작되면 일순간 정적이 흐르는 그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뭔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명백하고 확실한 오류(Clear and Obvious Error)'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Clear and Obvious Error란 VAR이 개입할 수 있는 조건으로, 판정 오류가 누가 봐도 명백할 때만 번복이 가능하다는 원칙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발가락 한 마디 차이의 오프사이드까지 판독이 진행되면서, 이게 과연 '명백한 오류'인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판정의 인간적 판단이 기술에 종속되면서 오히려 논란이 더 많아지는 아이러니가 생긴 겁니다.
핸드볼 판정은 더 복잡합니다. 팔의 위치, 공과의 거리, 움직임의 속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 해석이 심판마다 다릅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경기에선 핸드볼로 인정되고 다른 경기에선 넘어가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VAR이 주관성을 없애는 게 아니라 주관성의 무대를 현장에서 판독실로 옮긴 것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FIFA 연구에 따르면 평균 VAR 검토 시간은 약 50초지만, 복잡한 상황에서는 그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습니다. 경기 흐름이 끊기고 선수도, 팬도 애매한 공백 속에 놓이는 시간입니다. 이 공백이 경기의 감정적 밀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꽤 타당한 지적이라고 봅니다.
VAR이 경기를 더 정밀하게 만든 건 맞지만, 축구가 규칙의 정밀함만으로 성립하는 스포츠는 아닙니다. 경기장의 분위기, 순간의 감정, 선수들의 세리머니까지 어우러지는 문화적 체험이 축구입니다. 기술이 그 감각을 대체하려 할 때 어딘가 어색함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VAR은 분명 필요한 도구이지만, 그 운영 방식과 기준의 정교화는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제입니다. 전문가들이 개선 방향을 계속 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참고: https://www.ragworm.eu/the-evolution-of-var-refereeing-and-its-impact-on-foot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