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이번 월드컵이 좀 될 줄 알았습니다. 조 편성도 나쁘지 않았고, 첫 경기 체코전 역전승으로 분위기도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결과는 1승 2패. 남아공에 0-1로 지면서 자력 32강 진출이 날아갔습니다. 이제 한국은 다른 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래도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 구조 덕분에 조 3위 팀에게도 기회가 있습니다. 다만 그 기회를 잡으려면 여러 조의 경기 결과가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조별리그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제가 2차전 멕시코 경기를 보면서 이미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0-1 패배였는데, 비기기만 했어도 3차전을 훨씬 편하게 치를 수 있었거든요. 결과적으로 그 패배가 한국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25일(한국 시간) 멕시코 과달루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공과의 3차전, 무승부만 해도 A조 2위로 32강 직행이었는데 0-1로 패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A조 최종 순위는 멕시코(3승 9점) 1위, 남아공(1승 1 무 1패 4점) 2위, 한국(1승 2패 3점) 3위, 체코(1 무 2패 1점) 4위로 마감됐습니다. FIFA 랭킹 60위짜리 남아공에 진다는 게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현실이었습니다. 경기 내용이 완전히 나쁘지는 않았는데 결정력이 결국 문제였습니다.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건 이번 대회만의 얘기가 아니라 오래된 고질병이라 더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대회는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 참가 체제로 전환된 첫 번째 월드컵입니다. 여기서 조 3위 와일드카드(Wild Card) 제도를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와일드카드란 각 조에서 1, 2위로 자동 진출하지 못한 팀들 중 성적이 우수한 팀에게 추가로 진출권을 주는 방식입니다. 12개 조 3위 팀 가운데 상위 8팀이 32강에 진출할 수 있으며, 현재 한국은 그 3위 팀 순위에서 4번째에 올라 있습니다 (출처: FIFA 공식 홈페이지).
- 한국 현재 성적: 1승 2패, 승점 3점, 2득점 3실점, 골득실 -1
- 스코틀랜드(C조 3위)보다는 앞섬 — 승점 동률이나 골득실에서 우위
-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조 3위, 승점 4점)에는 현재 뒤진 상황
경우의 수, 실제로 따져보면
저도 직접 조별 상황을 하나씩 체크해봤는데, 생각보다 변수가 많습니다. 단순히 "누가 이기면 좋겠다"가 아니라 골득실(GD, Goal Difference)까지 계산해야 해서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골득실이란 득점에서 실점을 뺀 수치로, 승점이 같을 때 순위를 가리는 첫 번째 기준입니다. 한국의 현재 골득실은 -1입니다.
가장 한국에게 유리한 조는 E조입니다. 독일과 코트디부아르가 각각 에콰도르, 퀴라소를 이기면 E조 3위 팀은 한국보다 낮은 승점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력 차이가 명확한 매치업이라 이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유력합니다. H조에서는 스페인이 우루과이를 이기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카보베르데를 이기는 게 최선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루과이와 카보베르데 모두 승점 2점으로 마감해 한국에 미치지 못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FIFA 61위)와 카보베르데(FIFA 67위)의 랭킹 차이를 보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F조에서는 조금 묘한 상황이 생깁니다. 한국이 숙적 일본의 승리를 응원해야 합니다. 일본이 F조 3위인 스웨덴을 두 골 차 이상으로 이기면 스웨덴의 골득실이 한국보다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입장에선 일본이 잘해줘야 유리한, 뭔가 복잡한 기분이 드는 상황이죠. 제가 직접 시뮬레이션해 봤는데 일본이 2-0으로만 이겨도 스웨덴의 골득실이 -2가 되어 한국(-1) 보다 낮아집니다.
D조, J조, K조도 한국에 영향을 줍니다. 네이션스 리그(Nations League)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각 조의 최종 성적이 3위 팀 전체 순위표에 반영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지구 반대편 경기들이 전부 한국 운명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D조에서는 호주가 파라과이를 이겨야 유리하고, J조에서는 오스트리아가 알제리를 이기거나 알제리가 두 골 차 이상 지는 상황이어야 합니다. K조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에 지거나 비기는 것도 한국에겐 좋은 소식입니다.
- E조: 독일·코트디부아르 동반 승리 → 3위 팀 승점 낮아짐 (한국에 유리)
- H조: 스페인·사우디아라비아 동반 승리 → 우루과이·카보베르데 승점 2점 마감
- F조: 일본이 스웨덴에 2골 차 이상 승리 → 스웨덴 골득실이 한국 아래로
- I조: 세네갈·이라크전 결과에 따라 한국이 자동 우위 가능성 높음
- L조: 크로아티아가 가나에 패하면 골득실 하락으로 한국에 유리
진출 가능성, 그 이후 한국 축구의 과제
제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리면, 설령 32강에 진출한다 해도 마냥 기뻐하기가 어렵습니다. 경우의 수를 따져서 겨우 올라가는 방식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지 못하고 다른 조 경기를 기다리는 상황, 이게 반복된다면 분명 짚어야 할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전술적으로 명확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체코전 역전승은 분명 긍정적이었지만, 이후 멕시코·남아공전에서 드러난 결정력 부족과 세트피스(Set Piece) 수비 불안은 32강 이후를 생각하면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세트피스란 코너킥, 프리킥처럼 경기가 일시 중단된 후 재개되는 상황을 뜻하며, 현대 축구에서 득실점의 30% 이상이 이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출처: UEFA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고 비관만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번 대회 포맷 자체가 새로운 도전입니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면서 이전이라면 탈락이었을 성적도 기회가 생겼고, 한국이 지금 그 기회 앞에 서 있습니다. 만약 지난 32개국 체제였다면 지금쯤 이미 짐을 싸고 있었을 겁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일수록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을 점검하는 게 더 중요한데, 이번 조별리그가 그 점검의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 32강 진출 시 예상 상대는 조 1위 강팀 — 전술적 준비가 더욱 중요
- 결정력·세트피스 수비는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핵심 약점
- 48개국 체제는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더 많은 강팀과 맞붙을 도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번 월드컵은 한국 대표팀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됐습니다. 다른 조 경기들이 한국에게 유리하게 흘러서 32강 토너먼트에 오른다면 그건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다음 라운드에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결국 반쪽짜리 기회가 되고 맙니다. 저는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전술적 다양성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26일 남은 경기들을 지켜보면서, 한국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길 바라겠습니다.
참고: https://www.starnewskorea.com/en/sports/2026/06/25/2026062512080925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