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서 3-0으로 이겼는데, 그 승리가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면 어떨까요? 3주간의 휴식기를 끝내고 재개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는 안필드 원정에서 리버풀을 완파했습니다. 저도 중계를 보면서 '이게 진짜 이긴 건가?' 싶은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승리가 분명한데 마냥 기뻐하기 어려운 이유, 지금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경기 배경 — 안필드가 전쟁터가 된 이유이번 경기는 단순한 빅매치가 아니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2009-10 시즌부터 2017-18 시즌 사이에 프리미어리그 재정 규정(Financial Regulations)을 위반한 혐의로 무려 114건의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 처음으로 치르는 공식 경기였습니다. 여기서 재정 규정 위반이란, 구단이 허용된 기준 이상으로 자금을 지출하거나..
3주짜리 국제 A매치 휴식기가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없었습니다. 막상 대표팀 경기를 챙겨보다 보면 어느새 주말이 되어 있고, 그러면서도 "이번 주는 프리미어리그가 없지"라는 생각에 묘하게 허전했습니다. 이번 주말 드디어 리그가 재개되는데, 휴식기 전과는 분위기가 꽤 달라진 팀들이 있어서 어느 라운드보다 더 집중하게 됩니다. 맨시티, 안필드 원정이 진짜 문제다휴식기 전까지 맨체스터 시티는 5전 전승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엔조 마레스카 감독 체제에서 팀은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고, 저도 솔직히 "올해도 시티가 우승 후보 1순위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그런데 휴식기 도중 터진 소식이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독립 조사위원회가 맨시티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프..
안필드 원정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선제골을 넣고도 1-2로 역전패했습니다. 새벽에 경기를 켜면서 솔직히 기대가 컸습니다. 이강인 선수가 선발로 나왔고, 초반 몸놀림이 가볍게 느껴졌거든요. 공격 포인트까지 나올 수 있겠다 싶었는데, 상대 감독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판을 읽었습니다. 시메오네의 게임 플랜, 초반 17분까지는 완벽했다이번 경기에서 시메오네 감독이 꺼낸 카드는 쓰리백(3-back) 포메이션이었습니다. 쓰리백이란 수비 라인에 세 명의 센터백을 배치하고, 좌우 윙백이 공수 양면을 담당하는 전술 구조입니다. 평소 아틀레티코의 포백 기반과는 다른 선택이었는데, 안필드 원정이라는 조건을 감안하면 의도가 분명했습니다. 중원을 두껍게 틀어막고 사이드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었죠.핵심은..
솔직히 저는 이강인 선수가 파리에서 2시즌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결승전 출전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이 오히려 반가웠고, 첫 챔피언스리그 상대가 리버풀이라는 소식에 심장이 쫄깃해졌습니다. 이강인과 반다이크, 이 두 이름이 같은 경기에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경기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강인 선발 출전, 이번엔 거의 확실합니다라리가 개막 이후 이강인 선수의 출전 기록을 쭉 따라가 봤습니다. 말라가전 교체 출전 한 경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경기에서 선발로 나왔습니다. 유로스포츠를 비롯한 유럽 주요 매체들도 이번 리버풀전 선발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시메오네 감독이 최근 가동하는 포메이션은 4-4-2입니..
강팀이 약팀한테 진다는 게 정말 드문 일일까요? 20년 넘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챙겨봤습니다만, 올 시즌만큼 빅클럽들이 일제히 고전하는 장면은 솔직히 처음 봤습니다. 맨유는 승격팀 헐시티에 0대 2로 무너졌고, 토트넘은 브랜트포드에 0대 3으로 완패했습니다. 아스날만 혼자 예상대로 출발했을 뿐, 나머지 상위권 팀들은 어딘가 한 군데씩 삐걱거렸습니다. 빅클럽들은 왜 개막전부터 이렇게 무너진 걸까요제가 이번 개막전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건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였습니다. 물론 맨유의 경우 카세미루 공백이 눈에 띄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월드컵 여파(World Cup Hangover)였다고 봅니다. 여기서 월드컵 여파란, 국가대표팀 일정으로 인해 소속 클럽의 프리시즌..
모하메드 살라가 리버풀을 떠나 터키의 트라브존스포르로 향했습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우디리그도 아니고, 터키 빅3도 아닌 팀이라니 저도 한참을 멍하니 화면을 바라 보았습니다. 살라가 트라브존스포르를 선택한 이적 배경축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이 유독 조용하게 느껴지다가 갑자기 터졌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살라의 행선지를 두고 몇 달째 말이 많았는데, 막상 트라브존스포르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 주변 축구 팬들도 다들 "그게 어느 팀이야?"라는 반응이었거든요.사실 살라가 리버풀을 자유이적(Free Transfer)으로 떠난다는 건 이미 올봄부터 기정사실이었습니다. 자유이적이란 계약 만료 후 이적료 없이 다른 구단으로 옮기는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