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이 확정되는 경기였고, 상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습니다. 저는 조금 여유롭게 경기를 켰습니다. 그런데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이 글은 그 경기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32강을 어떻게 봐야 할지 정리해 보려 합니다. 선발명단이 말해준 것들경기 시작 전 홍명보 감독은 "파격적인 선발명단"을 예고했습니다. 명단을 확인한 순간, 저도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캡틴 손흥민이 빠졌고, 이재성도 선발에서 제외됐습니다. 감독의 설명은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했다"는 것이었는데, 그 판단이 경기 내내 발목을 잡았습니다.축구에서 전방 압박(High Pres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상대 진영 가까이에서부터 볼을 빼앗으려는 ..
메시가 알제리전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던 날, 솔직히 저도 기대했습니다. '그렇다면 내일은 호날두 차례겠구나.' 그런데 막상 경기를 보고 나서 TV를 끄는 손이 좀 무거웠습니다. 포르투갈이 FIFA 랭킹 43위인 콩고민주공화국과 1-1로 비겼습니다. 호날두는 골을 넣지 못했고, 존재감도 기대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호날두 부진,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저는 경기 내내 호날두의 움직임을 유심히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는 볼 터치 횟수가 콩고민주공화국의 교체 선수보다도 적었습니다. 스트라이커로서 공을 받고 버텨주는 홀딩 플레이조차 거의 없었고, 상대 수비를 벌려주는 오프더볼(Off the Ball) 움직임, 즉 공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의 공간 창출 움직임에만 집중된 모습이었습니다.오프더볼 ..
38세가 된 선수가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다는 게 말이 될까요? 저는 알제리전 경기를 보면서 그 장면이 현실인지 의심했습니다. 메시가 A매치 200번째 경기에서 월드컵 통산 16골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득점 공동 1위에 오른 이 경기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축구 역사를 다시 쓴 순간이었습니다. 냅킨 계약서에서 역대 최다 득점까지, 25년의 궤적 25년 전, 바르셀로나는 13세 소년과 계약을 하면서 서류 대신 냅킨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선수이길래 클럽이 그 자리에서 냅킨을 꺼낼 만큼 급박하게 계약에 매달렸을까 궁금했거든요. 그 소년은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앓고 있었고, 가정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본 것은 병과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월드컵 역사상 전력 차이가 이 정도로 벌어진 경기가 또 있었을까 싶을 만큼, 스페인과 카보베르데의 0:0 무승부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게 화면을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우승 후보와 월드컵 첫 출전국이 맞붙어 비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데, 경기 내용까지 들여다보면 그 여운이 더 깊어집니다. 처음 들어보는 나라가 월드컵에 나오는 시대 이번 2026 FIFA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났습니다. 저도 월드컵을 꽤 오래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대회 조편성을 보면서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나라들이 꽤 있었습니다. 카보베르데도 그중 하나였습니다.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위치한 섬나라로, 인구가 약 50만 명에 불과합니다. FIFA 월드컵 참가..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고, 경기 수가 무려 104경기에 달합니다. 제가 월드컵을 여러 차례 지켜봐 왔지만, 이번처럼 규정이 한꺼번에 대거 바뀐 대회는 처음입니다. 총 14가지 규정이 바뀌거나 새로 도입됐는데, 솔직히 축구를 꽤 봤다고 자부하던 저도 처음엔 꽤 당황스러웠습니다. 48개국 참가와 32강 토너먼트, 무엇이 달라졌나 1930년 초대 월드컵 당시 참가국은 고작 13개국이었습니다. 유럽 일부와 남미, 북미 세 대륙만 참여했던 대회가 약 100년 만에 48개국 체제로 바뀐 것입니다. 단순한 숫자 변화가 아니라, 대회의 구조 자체가 뒤바뀌는 수준입니다.주위에서 월드컵 얘기를 꺼내면 아직도 "16강 가야죠!"를 외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경험상 이 ..
스페인이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할 거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읍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떠오릅니다. 2018년, 2022년 연속으로 16강 승부차기에서 무너진 팀이 정말 우승 후보가 맞는 걸까요? 직접 경기를 챙겨보면서 느낀 건, 스페인은 늘 '잘 하는 팀'이었지만 '이기는 팀'은 또 다른 문제였다는 점입니다. 2002년 기억과 달라진 스페인의 전술적 진화 저는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대한민국과 스페인의 그 승부차기를, 온 가족이 숨죽이며 지켜보던 그 거실 풍경이 여전히 선명합니다. 그때 스페인은 분명 강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강함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스페인 대표팀은 전술적으로 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