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기기만 해도 32강 진출이 확정되는 경기였고, 상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습니다. 저는 조금 여유롭게 경기를 켰습니다. 그런데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이 글은 그 경기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32강을 어떻게 봐야 할지 정리해 보려 합니다. 선발명단이 말해준 것들경기 시작 전 홍명보 감독은 "파격적인 선발명단"을 예고했습니다. 명단을 확인한 순간, 저도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캡틴 손흥민이 빠졌고, 이재성도 선발에서 제외됐습니다. 감독의 설명은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했다"는 것이었는데, 그 판단이 경기 내내 발목을 잡았습니다.축구에서 전방 압박(High Pres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상대 진영 가까이에서부터 볼을 빼앗으려는 ..
2경기 만에 메시 5골, 음바페·홀란드 4골.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잠깐 멈췄습니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넘쳐흘렀고, 월드컵은 초반부터 역대급 득점 레이스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골든부트 경쟁 구도: 숫자로 읽는 득점 레이스 골든부트(Golden Boot)란 월드컵 대회 기간 동안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개인 상입니다. 단순히 최다 득점자를 가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팀의 토너먼트 진출 여부, 즉 경기 수와 직결되기 때문에 개인 능력만으로는 결코 따낼 수 없는 상이기도 합니다.현재 득점 순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 2경기 5골킬리안 음바페 (프랑스): 2경기 4골엘링 홀란드 (노르웨이): 2경기 ..
38세의 선수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최다 기록을 세운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페널티킥 실축 후 왼발 감아 차기로 역사를 다시 쓴 리오넬 메시의 장면을 보며 "아, 진짜 축구의 신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실축 후 터진 왼발 한 방, 월드컵 최다득점의 순간 페널티킥(PK)이 선언되고 키커가 메시로 정해지는 순간, 저는 속으로 '이번엔 기록이 바로 경신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페널티킥이란 상대 팀의 반칙으로 공격팀에게 주어지는 최전방 기회로, 골키퍼와 키커의 1:1 상황이기 때문에 성공률이 통계적으로 75~80%에 달합니다. 그만큼 결정적인 득점 기회입니다.그런데 메시가 실축했습니다. 중계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본이 이기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4골을 넣고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을 줄은 몰랐습니다. 경기를 보는 내내 인정하기 싫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나왔는데, 그게 더 씁쓸했습니다. 감독 경질과 준비 수준 — 두 팀의 온도 차 이번 경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배경부터 짚어야 합니다. 튀니지는 경기 며칠 전 감독이 경질되었고, 르나르 감독이 새로 부임한 상태였습니다. 팀이 온전히 준비된 상태가 아니었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저도 그 점을 감안하면서 봤습니다. 그런데 감안하고 봐도 두 팀의 준비 수준 차이는 명백했습니다.점유율(Possession Rate)이 62%로 일본 쪽으로 기울었고, 골 기댓값(xG, Expected Goals)은 튀니지가 0.05..
메시가 알제리전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던 날, 솔직히 저도 기대했습니다. '그렇다면 내일은 호날두 차례겠구나.' 그런데 막상 경기를 보고 나서 TV를 끄는 손이 좀 무거웠습니다. 포르투갈이 FIFA 랭킹 43위인 콩고민주공화국과 1-1로 비겼습니다. 호날두는 골을 넣지 못했고, 존재감도 기대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호날두 부진,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저는 경기 내내 호날두의 움직임을 유심히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는 볼 터치 횟수가 콩고민주공화국의 교체 선수보다도 적었습니다. 스트라이커로서 공을 받고 버텨주는 홀딩 플레이조차 거의 없었고, 상대 수비를 벌려주는 오프더볼(Off the Ball) 움직임, 즉 공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의 공간 창출 움직임에만 집중된 모습이었습니다.오프더볼 ..
38세가 된 선수가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다는 게 말이 될까요? 저는 알제리전 경기를 보면서 그 장면이 현실인지 의심했습니다. 메시가 A매치 200번째 경기에서 월드컵 통산 16골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득점 공동 1위에 오른 이 경기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축구 역사를 다시 쓴 순간이었습니다. 냅킨 계약서에서 역대 최다 득점까지, 25년의 궤적 25년 전, 바르셀로나는 13세 소년과 계약을 하면서 서류 대신 냅킨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선수이길래 클럽이 그 자리에서 냅킨을 꺼낼 만큼 급박하게 계약에 매달렸을까 궁금했거든요. 그 소년은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앓고 있었고, 가정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본 것은 병과 ..